별안간(瞥眼間)
: De pronto
- 단어를 찾은 곳
피를 너무 흘려 창백해진 여자가 그 아기의 울고 있는 얼굴을 본다. 당황하며 강보째로 아기를 받아 안는다. 그 울음을 멎게 하는 법을 아직 모르는 사람. 믿을 수. 없는 고통을 방금까지 겪은 사람. 아기가 별안간 울음을 멈춘다. 어떤 냄새 때문일 것이다. 또는 둘이 아직 연결되어 있다. 보지 못하는 아기의 검은 눈이 여자의 얼굴 쪽을 -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 향한다. 무엇이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채, 아직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피냄새가 떠도는 침묵 속에서. 하얀 강보를 몸과 몸 사이에 두고.
De pronto el bebé deja de llorar.
한강, 흰, 17쪽
- 나의 단어라면
소로(小路)
: un estrecho sendero (a narrow path)
- 단어를 찾은 곳
그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오래전 성이 있었다는 공원에서 내렸다. 제법 넓은 공원 숲을 가로질러 한참 걸으니 옛 병원 건물이 나왔다. 1944년 공습으로 파괴되었던 병원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한 뒤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종달새와 흡사한 높은 음조로 새들이 우는, 울창한 나무들이 무수히 팔과 팔을 맞댄 소로를 따라 걸어나오며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한번 죽었었다. 이 나무들과 새들, 길들, 거리들, 집들과 전차들, 사람들이 모두. 그러므로 이 도시에는 칠십 년 이상 된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시가의 성곽들과 화려한 궁전, 시 외곽에 있는 왕들의 호숫가 여름 별장은 모두 가짜다. 사진과 그림과 지도에 의지해 끈질기게 복원한 새것이다. 간혹 어떤 기둥이나 벽돌의 아랫부분이 살아남았을 경우에는, 그 옆과 위로 새 기둥과 새 벽이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아랫부분과 새것인 윗부분을 분할하는 경계, 파괴를 증언하는 선들이 도드라지게 노출되어 있다.
Mientras caminaba por un estrecho sendero donde las alondras cantaban con trinos agudos y los árboles espesos extendían sus ramas como brazos infinitos,
한강, 흰, 28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같은 글을 여러번 읽으며 단어를 찾다보니, 단어의 난이도가 평이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별안간이라는 단어를 내가 글을 쓰며 사용한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아서 그냥 하기로 합니다. 동시에 이제 어느 곳에서 단어를 찾아야 할지 정말로 고민할 때가 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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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s_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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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
하도 여러번 읽어서 책 제목이 누런으로 바뀌겄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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