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放棄)하다
- 단어를 찾은 곳
그랬다. 나는 흘러간 유행가의 제목처럼 참 바보처럼 살았던 것이었다. 그런 깨달음이 언제부터인가 아주 조금씩, 마치 실금이 간 항아리에서 물이 새듯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을 적시기 시작했을 것이었다. 항아리의 균열은 점점 더 커지고, 물은 걷잡을 수 없이 새들어오고, 마침내 마음자리에 홍수가 나버려서 이 아침 절박한 부르짖음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이렇게.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홍수가 나버리도록 마음자리가 불편할 때까지 나를 참게 한 힘을 무엇이었을까. 인생을 방기(放棄)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면서까지 무위한 삶을 견디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양귀자, 모순, 18쪽
- 나의 단어라면
추호(秋毫)
: 매우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단어를 찾은 곳
내 삶이 이토록 지리멸렬해진 것을 모두 다 어머니에게 떠넘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원인을 분석한다고 때로는 문제가 있는 가정에, 혹은 사회에, 아니면 제도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분석들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자신의 방종을 정당화하려는 젊은 애들을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교활함을 참을 수 없어한다. 특히 열대여섯 되는 어린애들이 텅 빈 머리로 앵무새처럼 그런 핑계를 대고 있으면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야 한다. 영악함만 있고 자존심은 없는 인간들.
양귀자, 모순, 21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이번주부턴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으로 이어갑니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우선은 제 마음이지만, 많이 읽힌 책일수록 글을 다시 읽고 반가워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좋게 읽었던 베스트셀러 중 하나를 선정하였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두번째 글은 시각 장애인 애인에게 점자로 프로포즈하는 영상을 보고 썼습니다. 그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 글을 썼지만, 자칫하면 장애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이어지는 글이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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