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어

고기잡이 배와 봄 시

#15. 처매다, 켜켜이

2025.04.14 | 조회 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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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매다

: 친친 감아서 매다. ( 친친 :든든하게 자꾸 감거나 동여매는 모양.)

: vendarse

 

  • 단어를 찾은 곳

어느 날 그녀는 굵은 소금 한 줌을 곰곰이 들여다봤다. 희끗한 그늘이 진 굴곡진 입자들이 서늘하게 아름다웠다. 무엇인가를 썩지 못하게 하는 힘, 소독하고 낫게 하는 힘이 그 물질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그전에 그녀는 상처 난 손으로 소금을 집어본 적이 있었다. 음식을 만들다 시간에 쫓겨 손끝을 벤 것이 첫 실수였다면, 그 상처를 처매지 않고 소금을 집은 건 더 나쁜 두번째 실수였다.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는 것이 글자 그대로 어떤 감각인지 그때 배웠다.

Su primer error fue cortarse por apresurarse mientras hacía la comida; y el segundo fue tomar una pizca de sal sin vendarse antes la herida.

한강, 흰, 66쪽

  • 나의 단어라면

멍청하고 미련해질 수 있는 용기를 마음 한 구석에 쟁여 놓고 싶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마음으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함.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을 써야할 때, 희고 얇은 종이에 싸놓은 간식처럼, 주섬주섬 풀어 꺼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련하다는 이유로 망설이다 놓치는 일이 없도록. 꽉 처매 놓은 줄을 풀어 헤쳐 바다로 떠나버리는 작은 고기잡이배 처럼, 무식하게 위험한 곳으로 더 무식하게 들이댈 수 있는 용기를 쟁여 놓고 싶다.


켜켜이

: 여러 켜마다. ( 켜 : 포개어진 물건의 하나하나의 층.)

: capas y capas

 

  • 단어를 찾은 곳

공기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유리차에 성에가 낀다. 한겨울, 하얗게 얼어붙은 그 무늬는 강이나 개울의 살얼음을 닮았다. 소설가 박태원은 첫딸이 태어났을 때 그 창문을 보고 아기의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설영. 눈의 꽃. 그녀는 너무 추워서 바다가 얼어 있는 풍경을 본 적 있다. 수심이 낮고 유난히 잔잔한 바다였는데 해변에서부터 파도들이 눈부시게 얼어 있었다. 켜켜이, 하얀 꽃들이 피다가 멈춘 것 같은 광경을 보며 걷자니 모래펄에 흩어진 얼어붙은 흰비늘의 물고기들이 보였다. 그 지방의 사람들은 그런 날을 '바다에 성에가 끼었다'고 한다고 했다.

Mientras caminaba contemplando el espectáculo de las capas y capas de flores blancas superpuestas que se habían quedado suspensas mientras se abrían, vio peces congelados de escamas blancas diseminados sobre la marisma arenosa.

한강, 흰, 47쪽

  • 나의 단어라면

가장 사랑하는 것에 관해서는 쓰지 않겠다던 그 사람은 여름 시만 주구장창 썼다 봄 시는 쓰지 않았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봄에
올해도 봄 시는 쓰지 않을 거냐 묻자
봄에는 풀잎이고 꽃잎이고
조잘조잘 떠들어대서
암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했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나 충분히 복작거렸다
앞으로 그 사람에 관해서는 쓰지 않겠다고
켜켜이 쌓여가는 봄 사이로 중얼거렸다.


추신

봄이 오면 당연히 꽃이 필 것이란걸 알면서도, 몇 계절동안 보지 못한 풍경을 맞이하면 늘 놀랍니다. 오늘은 시도 써 보았는데, 시 제목은 <봄 시> 라고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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