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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웃는 모쏠

#46. 네거리, 광막하다

2025.11.24 | 조회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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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리

: 한 지점에서 길이 네 방향으로 갈라져 나간 곳. ≒사가, 사거리, 십자로.

 

  • 단어를 찾은 곳

 

이제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광화문연가, 이문세

 

  • 나의 단어라면
그는 목적지는 뚜렷해도 지도는 통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길을 찾아가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는데, 종로 거리 어딘가 상가 골목이라도 가면 나오는 데에만 나절을 쓰곤 했다. 따라가기만 할 줄 알았던 어린 나는 그저 성을 내곤 했다. 남자가 되어서 길 하나도 찾지 못하냐고 구박을 했지만, 그는 늘 싱긋 웃기만 했다. 한참을 지나 그는 내 남편이 되었고, 이제는 지도가 화면에서 움직이고, 어디로 가라고 말도 해 주었지만 그의 방랑은 여전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차를 타고 가는데 뻔히 보이는 네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돌아 가고 있었다. 그는 당황하면서도 익숙하듯이 내 구박을 받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길을 잘 찾아가면 죽는 병은 언제 나아?" 그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나는 한번도 길 잃은 적 없어. 늘 네 옆에 있었잖아." 으으 ..!! 낯뜨거운 말을 잘도 하는 그를 때리며 나는 말했다. "네비 보라고 네비 좀" 곧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는 다시 싱긋 웃었다. 내가 구박할 때 보이던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나도 따라 싱긋 웃었다.

광막하다

: 아득하게 넓다. ≒묘막하다.

  • 단어를 찾은 곳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더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은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혔음을 너는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에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사의 찬미, 윤심덕

 

소년, 검지 손가락을 빼 들어 광막한 그 우주를 밤하늘이라 읽었다 순간 모든 별빛들은 단숨에 노랠 들려 주었지 오 나의 귀뚜라미여 귀뚜라미여 귀뚜라미여 그 얼마나 외로웠던가 저 먼 불빛이여 이 밤 바람 부는데 아-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 유니버스 꿈, 그런 무용한 것들. 영원. 그런 게 퍽 좋았고 또 그와 같은 이유로 겨우내 쌓인 흰 눈을 보며 ‘포근하지?’ 묻던 그의 어머니는 첫 번째 시인이랬지 시인이랬지 시인이랬지 그 얼마나 외로웠던가 저 먼 불빛이여 이 밤 바람 부는데 아-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 (알 수 없는 말들)

미아와 추억과 유니버스, 잔나비

 

  • 나의 단어라면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무슨 어떤 운명을 기다리는 거야 너는 대체? 아니, 운명이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운명이 너에게 좋은 애인을 배달해주고, 그 사람과 뽀뽀도 시켜주고, 그 사람과 기념일을 보내며 선물을 주고 받고, 결혼식도 올려주고, 애도 만들어주고,,이건 너 알아서 하겠다만 무튼 그럴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운명이 그렇게 엄마같이 다 떠맥여주는 줄 아는거야? 그렇게 적극적인 줄 아는 거냐고. 너는 가만히 머리나 쓰다듬고 있으면 될 일 같냐고. 너 주변에 얼마나 수많은 우연들이 있는줄 알아? 그걸 잡아서 너 맘대로 엮어내는거, 그게 너가 할 일이야. 이 광막한 장판같은 세상에 구슬같이 퍼져 있는 우연을 너가 집어야 하는 거야. 그 구슬이 너의 예비 운명인 거야. 술먹다 신나서 모쏠 친구에게 니가

추신

'사의 찬미' 라는 노래는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소개하는 곡이, 나온 지 한달이 겨우 된 밴드 잔나비의 '미아와 추억과 유니버스'라는 사실이 괜히 뜻깊어 보여 적습니다. 가짜 프랑스어로 된 가이드에 가사를 붙이기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그 와중에 광막하다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추신 2

글은 연애처럼, 본인에겐 로맨틱하고 좋아 보여도 타인에겐 오글거리거나 이입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요즘 그런 내용의 이야기들을 누구나 편하고 마음 따뜻하게 읽을 수 있도록 쓰는데 집중하는 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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