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지다
- 단어를 찾은 곳
"빨리빨리 사람들이 뜸한 곳으로 가고 싶어. 여기서는 안돼. 내리는 족족 사라져 버리잖아. 어서 가자." 이모는 내린 눈이 사람들 발길에 짓밟히는 모습을 진정으로 보기 힘들어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눈을 확인하는 일이 이모 인생에 닥쳐온 최고의 고통인 것처럼 굴었다. 나는 축축하게 젖어오는 이모의 뜨거운 손을 잡고 어두운 거리를 달렸다. 달리는 우리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눈은 점점 푸지게 쏟아지고 있었다.
양귀자, 모순, 234쪽
- 나의 단어라면
훈기(薰氣)
: 훈훈한 기운.
: 인정으로 생기는 훈훈한 분위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훈김.
- 단어를 찾은 곳
그러나 정말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어머니의 심상치 않은 음성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손님이 왔다고 근무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라는 전화를 할 어머니가 아니었다. 어차피 밤이면 만날 아버지였다. 아버지와 우리들 사이에 맺어진 무언의 약속은 돌아오면 적어도 두어 밤은 자고 간다는 것이었다. 마치 애비의 훈기를 덜어주려고 돌아오는 것처럼.
양귀자, 모순, 259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쓰다보니 오늘은 빛이 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퇴근길의 좁은 골목, 학교 축제.. 빛이 두드러지는 공간에 많이 있던 탓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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