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스르다
- 단어를 찾은 곳

구병모, 아가미, 어딘가
- 나의 단어라면
우리가 지금 손만 잡으면 세상이 멸망한다고 치자.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렇게 벤치에 앉아있고. 이 세상 누가 우리를 막을 수 있을까. 갑자기 세상이 두쪽이 나서 우리 사이 땅이 갈라져도, 누가 핵폭탄을 우리 사이에 놓아도,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나를 채간다 해도, 우리는 손끝이 슥 닿기만 하면 되는건데. 그 찰나에 손만 닿으면 되는 걸. 그거면 되는 걸. 우리가 마음을 도스르기만 하면 지구는 끝이야.
그러니까 누군가 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앞으로 우리가 우주도 막을 수 없는 사이라고 할 거야. 저 넓은 시공간에서 우리는 한 점에 불과하지만, 중요한건 그 한 점에 우리가 지금 옆에 있다는 것이니까.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우리의 방처럼 쓰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우리 둘의 방으로 쓰자.
선연(鮮然)하다
- 단어를 찾은 곳

구병모, 아가미, 어딘가
- 나의 단어라면
남의 아픔에 지독하게 아픈 사람들이 있다. 선연히 본인의 살갗으로 아파하는 사람들. 그들은 어디론가 뛰어 나갈 수가 없다. 그들은 뛰는 도중에 들리는 수많은 소음들을 버리지 못한다. 멈춰서서, 그들이 어디가 아픈지 듣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모든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냥, 냉큼 아파한다. 하지만 병원처럼, 공감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공감을 받은 사람들은 뒤돌아 다시 뛴다. 진료가 끝나 하나 둘 밝아지는 얼굴들을 보며 그들은 기뻐하지만 외롭다. 때론, 해결될 수 없는 아픔에 자신을 휘감기도 한다. 과거의 아픔이나, 불가피한 죽음 같은 것들.. 그것들은 도무지 해결되는 일이 아니니까.. 때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능력 또한 큰 능력이 된다. 아파하는 사람은 움직일 수 없다. 동시에 움직였을 때 비로소 아프지 않게 된다.
추신
친구가 참여한 전시회를 보고 왔습니다. 여러 디자인 회사들이 디자인 전공생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그 중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감상에 맞게 재구성해보는 프로젝트가 있어, 이번 나의 단어는 그 중에서 단어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텍스트가 그림처럼 자유롭게 활용되어져 있어, 가독성은 떨어져도 감상을 표현하는데는 오히려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올린 사진들에서 오늘 나의 단어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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