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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고, 대화

#19. 포악(暴惡),이문(利文)

2025.05.12 | 조회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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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포악(暴惡)

: 사납고 악함.

 

  • 단어를 찾은 곳

여전히 음산할 정도로 목소리를 깔고 있지만 그 속에 배어있 는 숨길 수 없는 감미로움이 이번 통화 상대는 여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한다. 여자라, 나는 진모의 예전 여자들을 생각한다. 입 대하기 전까지 진모의 여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기야 코밑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던 고등학교 1학 년 때 이미 여학생하고 사단을 일으켜 퇴학을 당할 만큼 시작부터 화려했던 진모였다. 그 뒤로 군대에 가기 전까지, 여자애 어머니가 달려와 포악을 떨며 집안을 뒤집은 일이 두 번, 오빠라는 사람이 찾아와 밥 먹던 진모를 냅다 쓰러눕힌 적이 한 번, 들어와서 며느리로 살게 해달라고 시장까지 쫓아가 어머니를 괴롭힌 덜떨어진 여자애가 걸린 적이 한 번, 우선 떠오르는 큰 사건만 해도 다 섯이었다.  

양귀자, 모순, 47쪽

  • 나의 단어라면
우리는 참 떨기도 많이 떤다. 신나서는 주접을 떨고, 화나면 치를 떨고, 화장실을 가서는 몸을 떨고, 면접장에 가서는 몸을 떨고, 수능 5분전에는 손을 떤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극적인 일에는 사람은 떤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 아들이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억울한 일,,나는 이번에 포악을 떨기로 했다. 학교에 찾아갔다. 선생인지 선생님인지 하는 사람을 만났고, 되지도 않는 소리에 더 악을 쓰며 화를 냈다. 선생님은 나를 보며 겁이 났는지 몸을 떨었다. 부들부들, 떨고있는 둘을 사람들이 바라보았다. 극적인 일에는 사람은 떤다. 나는 잠시 멈춰 나보다 어린, 떠는 그 사람을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바탕 떨고 난 뒤엔 지친다는 것을 먼저 안 까닭이었다.

이문(利文)

: 이익이 남는 돈.

: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 =이자.

 

  • 단어를 찾은 곳

"오냐. 니네 엄마, 일본어 좀 배워보려고 그런다. 왜?"  역시 이번에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어머니였다.

"속옷가게, 이문 없어서 이젠 집어칠란다. 요새 우리 시장에 일 본 사람들이 하도 많이 오길래, 그래서 일본 사람 좋아하는 걸로 팔아볼까 연구 중이야. 빤쓰 아무리 팔아야 남는 게 있어야지.요샌 내가 파는 속옷은 시골 사람이나 입지 젊은 애들은 거들떠도 안 봐, 빤쓰도 패션이라는 데야 원, 할 말이 있어야지."

"일본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데?"

인삼, 김, 김치, 장아찌, 그런 것들을 엄청 찾거든, 박스떼기로 사가는데 아예 일본 사람만 상대하는 그런 가게가 요새 제일 경기가 좋단다. 그런데 일본말을 할 줄 알아야지. 우선 이 책이나 떼어 보고 뭘 하든지 말든지. 까짓것, 하면 하는 거지."

양귀자, 모순, 64쪽

  • 나의 단어라면
나는 오늘 또 책을 기부했다. 그리 오래 활동하지 않았고, 그다지 친한 사람도 없지만, 나는 책을 올려놓고 나왔다. 책마다 앞장에는 '책을 남겨 놓고 감'이라고 적어 놓았다. 왜 이런 짓을 하는가 하면 합당하다고 할 만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나는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책을 빌려주었고, 누군가는 이름도 모르는 내가 준 책을 집어 읽었다. 그것이 공간과 시간과 의지를 넘나들고 할 수 있는 가장 차분한 대화가 아닐까. 그러니까 나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누가 그 책을 집어 읽는다면, 그것이 내 이문이라면 이문이다.

추신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단어를 찾으면 예문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알게 모르게 예쁘고 따듯한 말만 쓰고 싶은 버릇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단어 중에 포악은, 포악 자체보다 포악을 떨다라는 표현이 제게 익숙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부정적인 단어에, 동사까지 이미 정해져 있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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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비

    0
    3 day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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