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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검정

#29. 대갈일성(大喝一聲), 난삽하다(難澁하다)

2025.07.21 | 조회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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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갈일성(大喝一聲)

: 크게 외쳐 꾸짖는 한마디의 소리. ≒대규일성.

 

  • 단어를 찾은 곳

"무소식이 희소식이에요. 그런 줄 알고 걱정 마세요." 가끔씩 외갓집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어머니는 그 말 외엔 아는 것이 없는 사람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우리 집이 무소식이 희소식이었을 때, 이모네는 소식마다 기쁜 소식이었기에 어머니는 외갓집에 대해 더욱 말을 잃어갔다.

우연히 우리 집에 들렸다가 아버지의 패악을 목격한 외할아버지가 그 괄괄한 성격대로 한판 붙으려다 멱살도 잡아보기 전에 쓰러져버린 사건이 있은 후로는 안씨 핏줄인 나 안진진과 안진모의 외갓집 출입은 금기나 마찬가지가 돼버리고 말았다. 외할아버지는 그 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쓰러지기 전 외할아버지가 아버지를 향해 지른 대갈일성은 바로 이것이었다.

"야 이놈아! 덤벼라, 덤벼! 나한테 한번 덤벼봐!"

양귀자, 모순, 133쪽

  • 나의 단어라면
그는 칠판을 웬 나뭇가지로 탕탕탕 치며 말 그대로 대갈일성을 질렀다. " 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여러분, 애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십니까? 섹스요? 하하 맞죠. 다들 자식도 있으실테니 저보다 빠삭들 하신텐데, 이게 말이에요 참 말도 안되는 기적같은 일이지 않습니까? 하필 그 여편네를 만나서, 그날 그렇게 뜨거웠고, 하필 배가불러서, 열달이나 있다가 쑥하고 나와버리지 않습니까? 어쩌다 저런 꼬물거리는 것이 뱃속에서 나왔는지… 다들 그 꼬물거리는 것이 아른거려 여기 나와계신 거, 아니에여?" 뭔소리하나 싶어 꾸벅졸던 인부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분명 지금은 작업 시작 전 안전교육 시간인데, 인부들은 본인이 몽롱한 탓인가 싶으면서도 웃겼다. " 제가 왜 안전교육시간에 이런말을 할까예? 에? 잠이나 깨자고 헛소리하는걸까요? 저는 세상일에 우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 우리는 그정도의 것을 계산할 순 없지요. 우연을 가장한 인연일 뿐입니다. 여러분, 사고는 갑자기 누가 방귀뀌듯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분명 어디가 부실하거나, 해야될 것을 덜 했거나 했다는 겁니다. 저지르질 않았는데 애가 나올 수가 없단 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사고 예방이라는 것을 아셔야합니다. 망치질 하나, 포대자루 내려놓는 거 하나 전부 말입니다. 저보다 십몇년은 더 계셨던 분들 앞에서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난삽하다(難澁하다)

: 글이나 말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어렵고 까다롭다

 

  • 단어를 찾은 곳

이모네 집은 큰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버스를 타고 가면 십 분 정도는 걸어야만 했다. 자동차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그 동네 사람들한테는 거리의 소음과 매연, 난삽함 등에서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좋은 집이었다.

여름철의 낮은 지겨울 정도로 길었다. 예년의 8월처럼 푹푹 찌는 무더위는 아니어서 석양 무렵 한적한 고급 주택가를 걷는 일 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높은 담장과 담장 너머의 푸르른 나무들, 가끔씩 느린 속도로 옆을 스쳐 가는 검정색 승용차. 말 안 듣는 자 식들을 향해 내지르는 거친 엄마들의 악다구니 하나 없이 고요한 그 길의 끝에 누군가 서 있었다.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 돌아가면 이모 집이었다.

양귀자, 모순, 134쪽

  • 나의 단어라면
너가 죽는다면 어떨까. 오래전 죽음에 대해 고민해본적이있어. 집 거실 구석, 책장으로 막혀진 모퉁이를 바라보고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었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일 거야. 어느순간 순식간에 검고 끝도 없는 무엇인가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어. 마치 만화책 속 검은 장면 속 한 점이 되는 것 처럼,,,더 이상 내가 살아 숨쉬지 못한다는 것, 영원히 없어진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느꼈어. 너가 내 만화책 검은 배경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어떨까. 나는 너를 꺼내지도 못하고, 너는 너가 거기 있다는 것도 모른채 그저 세상에 사라져 있다면 말이야. 만화의 다음장, 난삽한 다른 장면들 속 말고 하필 거기 빠져 있냐고 나는 쩔쩔매며 울어대겠지. 너가 갑자기 그렇게 사라지는게, 나는 다른게 아니라 그게 너무 무서워서 머릿속에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너를 죽여.

추신

어색한 소재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선 더 많은 답사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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