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어

런닝, 마티니

#31. 흥감(興感)하다, 무렴(無廉)하다

2025.08.04 | 조회 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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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감(興感)하다

: 마음이 움직여 느끼다.

: 흥겹게 느끼다.

 

  • 단어를 찾은 곳

 

"또 시작이구나! 또 시작이야! 니 애비 사라져서 잠잠하고, 그 놈 군대 가서 조용히 엎드려 있었지, 그것 조금 마음 편하게 살았다고 그새 또 시작이야. 아이구, 끔찍하다, 끔찍해. 이젠 하다 하다 못해서 살인이야. 아이구, 난 이제 어디 가서 낯 들고 사니. 살인자를 자식으로 둔 이년, 어디 가서 사람대접 받고 사니·••··." 어머니는 '살인'만 인정하고 '미수'는 무시해버렸다. 내가 '살인'은 무시하고 '미수'만 인정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나는 애써 어머니를 설득하지 않았다. 어머니야말로 가장 홍감하게 '미수'를 받아들였을 것이 분명했다. '미수'가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쓰러져버렸을 테니까.  

양귀자, 모순, 152쪽

  • 나의 단어라면

설명서 하나 없는 풍경을 흥감하게 누릴 수 있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새벽녘 창을 통해 본 밤하늘은 군청색이었다. 앞은 보인단 뜻이겠네 생각하며 런닝화를 신고 나왔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난 아스팔트 도로, 바람은 때로 나를 도와 밀어주거나 내가 싫어 뒤로 잡아당겼다. 한참을 뛰어도 차 한대 오질 않았다. 한참을 뛰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팔을 무릎에 대고 숨을 크게 쉬어댔다. 해가 덜 뜬 탓에 색을 알 수 없는 개구리가 내 발등을 뛰어넘었다. 숨이 잘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다시 돌아올 숨인데 왜 그렇게 못 버티게 숨이 차 오르는지 참 웃기다고 생각했다. 숨을 고르고 다시 뛰기 위해 허리를 펴 하늘을 바라봤다. 바람이 불고, 앞뒷면의 색이 다른 나뭇잎은 바람이 불면 반짝거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설명서가 없을 땐 만져보는 것이 제격이다. 뛰는 것이 참 제격이었다.


무렴(無廉)하다

: 염치가 없다.

: 염치가 없음을 느껴 마음이 부끄럽고 거북하다.

 

  • 단어를 찾은 곳

 

역시 친절하게도 형사가 일러준 바에 의하면, 열흘 만에 인천에서 잡아낸 범인들은 입을 모아 진모를 주범으로 몰았다. 자기들은 보스의 명령에 따랐으며, 그 명령은 단 한마디였다고 했다.

"그 자식, 없애버려."

보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입술 사이에 지그시 물고 있던 담배를 휙 공중으로 날리면서, 낮고도 음산한 목소리로 진모는 "없애버려!" 라는 대사를 발표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이 연습해오던 대사인가 말이다. 어쩌면 진모는 잠깐 동안 여자의 배신을 잊어버릴 만큼 흥분을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진모가 그래줬기를 희망했다. 어차피 모든 것이 장난 같은 일이었다. 장난으로 시작했던 일이 장난으로 끝나지 않으면 얼마나 무렴한가 말이다. 그럴 때 마주치는 진실의 얼굴은 얼마나 낯선가 말이다. 나는 끝까지 진모의 장난을 지원할 생각이었다. 그 애가 이 삶에 대해 무렴해하지 않도록.

양귀자, 모순, 154쪽

  • 나의 단어라면

너를 보면 투명한 것에도 독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아무렇지 않게 올리브를 동동 띄운채
넌 가만히 있을 뿐이잖아

세모난 잔을 두 손가락에 걸쳐 들 때면
기우뚱

올리브는 모르겠지
마음도 빼앗긴채 유영하면서
익사하고 있으면서

앉으면 다리가 둥 뜨는 의자에서
꼬은 다리를 바꾸려다 기우뚱

무렴하고 투명한 세상에서
꼬르륵 나 죽어

<마티니>


추신

찌는 듯이 덥습니다. 앞으로 몇십번 이 여름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 진이 빠집니다. 하지만 까마득히 남아있어 마음편히 미워할 수 있음이 좋습니다. 다들 시원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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