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3호] 코스모가 수야님께

소속되지 않은 채 일하는 마음

2024.12.19 | 조회 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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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뉴욕에서 두 여자가 매달 주고받는 편지로 삶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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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야님,

벌써 2024년도 마무리를 향하고 있어요. 저는 최근 한국의 정치적 긴장 상황을 접하고 마음이 무겁고 뒤숭숭한 12월을 보내고 있답니다. 이런 시기에 수야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걱정도 되고요.

갑작스럽게 일의 멈춤을 경험하셨음에도 주저앉지 않고 회복과 탐색의 시간을 통해 다시 일어날 동력을 만들어내고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신 수야님,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번 편지에는 소속되지 않은 채 일하는 마음에 대해 적어보려해요. 회사 밖의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소속 없이 작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답니다.

지난 편지에서 말씀드렸던 런던 여행, 기억하시나요?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어요. 일러스트 챌린지와 디자인 프로젝트 피칭이 겹치면서 런던의 낯선 호텔방이 제 임시 작업실이 되었거든요. 처음으로 작성하는 '제안서'에 대한 부담감과 협상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복잡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설렘도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수야님과 나누고 싶어서 이번 편지의 주제를 <일하는 마음>으로 정했어요.

런던의 임시 작업실이 된 Hoxton Hotel (코워킹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어요!)
런던의 임시 작업실이 된 Hoxton Hotel (코워킹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어요!)

제안서를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어요. 남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계속해서 내 가치를 증명해야 했거든요. 제안서를 완성했을 때 산 정상에 올라선 것 같은 기쁨도 잠시,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큰 산은 따로 있었어요. 바로 가격을 정하는 일이었죠. 다른 방향으로 커리어 전환을 결심한 후에는 자꾸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경험이 무의미해진 것만 같았어요. 누군가 프로젝트를 의뢰했을 때도 '내가 잘 못하면 어쩌지?'하는 불안함이 앞섰고, '그냥 무료로 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이번엔 다행히도 함께 일하게 된 개발자 친구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답니다. 제가 '함께하는 첫 프로젝트니까 무료로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망설일 때마다, 그 친구는 '우리 둘 다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온 경험이 있으니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클라이언트도 우리가 전달하는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일러주었거든요. 그 말들 덕분이었을까요?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제안서가 담긴 이메일의 '보내기' 버튼을 눌렀지만, 그 순간 제가 쌓아온 다양한 경험들이 제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견적을 담은 제안서를 보낸 후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려 Green Park를 걸었어요.
견적을 담은 제안서를 보낸 후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려 Green Park를 걸었어요.

사실 여전히 제가 정한 가격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어요. 어딘가에 소속되어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일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내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스스로 매기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었는지, 또 그 기준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는 답답한 마음 같은 것들이요. 분명 누군가는 이미 이 길을 걸어왔을 텐데, 그 발자국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소속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숙제인 것 같아요. 때로는 이런 고민들이 혼자만의 것 같아 더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다행히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에요. 크리스마스 전에 잘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자기 믿음이 부족할 때 찾아오는 불안의 파도를 견디며 힘들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프로젝트 매니징과 피칭을 하며 사람들의 고민을 듣는 시간이 의외로 즐거웠거든요. 그래서 새해에는 조금 더 용기를 내 로컬 비즈니스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제안해보려해요.

작년엔 지나쳤지만 올해는 캐나다에서 자란 크리스마스 나무를 사서 장식했어요. 
작년엔 지나쳤지만 올해는 캐나다에서 자란 크리스마스 나무를 사서 장식했어요. 

매년 12월이면 늘 그랬듯 올해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부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디자인 파일을 인쇄하는 대신 과슈로 직접 그려볼까 생각중이랍니다. 수야님은 연말에 특별히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답장 기다릴게요!

 

비 내리는 브루클린에서,

코스모 드림


P.S

구독자님께 연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혹시 매년 꼭 하시는 일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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