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14호] 수야가 코스모님께

인생의 회전목마

2025.05.29 | 조회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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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ave

서울과 뉴욕에 사는 두 여자가 매달 주고받는 편지로 삶을 나눕니다. #문화예술 #책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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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스모님,

 

잘 지내시지요? 올해 서울의 5월은 유독 흐리거나 비오는 날들이 많은 편이었는데요.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쨍하니 맑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올 여름은 작년보다 더 길다는데, 곧 무더운 여름이 올 것 같은 여름전야입니다.☀️

지난주 편지에서 몰입으로 가득찬 코스모님의 일상 이야기 반갑게 읽어보았어요. 매일 몰입해서 예술활동을 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브루클린에서의 하루하루! 물론 코스모님께는 고민도 많고 늘 치열한 일상이겠지만, 지구 반대편의 저에게는 괜히 더 멋있고 낭만적으로 느껴지니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맞나봅니다.

저도 새롭게 전해드릴 근황이 있어요. 지난달과 이번달에 걸쳐서 진행한 면접 전형이 잘 마무리 되어 곧 다음 회사로 출근할 예정이에요. 사회 생활과 함께 시작해서 가장 오래 해왔던 업무와 필드로 돌아가기로 했거든요.

바야흐로 녹음과 파라솔의 계절이에요.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좋아요.
바야흐로 녹음과 파라솔의 계절이에요.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좋아요.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새삼 저의 커리어를 돌아봅니다.

대기업 플랫폼사에서 커머스 방송 기획/연출을 9년간 하다가, 신생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커머스와 미디어의 다양한 접점들을 실험해보고, 이후에 또 다른 스타트업에서 짧게 마케팅 업무를 경험하며 보낸 3년 남짓한 시간들. 그 시간들을 모두 엮어 다시 대기업 플랫폼사로 돌아가기로 결정하니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인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떠났다가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어쩐지 도전에 대한 실패인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면접을 준비하며 그간의 시간을 의미에 따라 재배치하고, 일과 삶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며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두달 남짓한 시간동안 차분하게 나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며,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앞선 시간들을 경력으로 인정받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그간의 도전과 노력이 헛되진 않았다는 뜻일 테니까요. 다시 돌아간 곳은 같지만 같지 않겠죠. 여러 경험들을 통해 좀 더 넓어진 시야를 갖게 된 저 역시 3,4년 전의 저와 다른 사람일테고요.

꽤나 오래 전, 영국 런던 여행에서 마주쳤던 도심 속 회전목마.
꽤나 오래 전, 영국 런던 여행에서 마주쳤던 도심 속 회전목마.

업무와 필드는 같지만 첫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경쟁사로 가는 것이라, 낯설고 새로운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 업무 시스템, 상품, 핵심고객 성향 모두 다르고, 어려운 경기와 시장상황만큼 업계는 더욱 치열해졌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신입사원인 셈이죠.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업무 성과를 내고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동안 고민은 충분히 한 것 같으니 가능한 스스로를 믿으며 즐겁게 일하는데 몰입해보려고 해요. 최근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내향성이 높아졌는데, 여러 사람들과 오프라인으로 협업하는 일을 해야하니 친화력 스킬도 다시 꺼내 반들반들하게 닦아야겠네요.ㅎㅎ

이렇게 삶도 나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점점 무언가를 함부로 정의내리거나 단정짓는 일을 덜 하게 돼요. 그 전에는 어떤 사건이나 시간에 명확한 의미를 부여하고 확실하게 정리해야 속이 시원했거든요.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걸 좋아했고요. 그런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때로는 결정이나 판단을 번복하는 경험도 하게 되다보니 "변하지 않는 건 변한다는 사실 뿐"이라는 말에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동물원에서 만났던 토코투칸의 모습으로 편지를 마무리해봅니다 :)
동물원에서 만났던 토코투칸의 모습으로 편지를 마무리해봅니다 :)

우리의 6월 편지에는 또 어떤 모양의 이야기들이 담기게 될까요? 코스모님의 꾸준한 몰입이 어떤 깨달음을 만나서 어떤 작업물들로 표현될지도 기대가 되네요. 저도 계속 좋은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서울에서의 새로운 일상을 잘 가꾸어볼게요.

그럼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실내외 기온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우리는 다음달 편지에서 만나요 :)

 

이제 늦잠을 잘 수 없어서 조금은 아쉬운,

수야 드림☀️

 


P.S %NAME% 님이 인생은 돌고 돈다는 걸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때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나눠주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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