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11호] 코스모가 수야님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 - 후회 없는 4월의 기록

2025.04.17 | 조회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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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뉴욕에서 두 여자가 매달 주고받는 편지로 삶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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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야님,

 

4월의 첫날, 따듯한 봄바람과 함께 수야님을 만난 날이 생각나요. 그때부터 벌써 몇 주가 흘러버렸네요.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빠르게 지나가고, 한국에서의 남은 날들이 하루하루 줄어들수록 가슴 한편에는 시원섭섭한 감정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이방인의 삶이란 어쩌면 적당한 외로움과 슬픔을 품고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수야님과 처음으로 만나 독립서점을 구경하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었죠. 많은 대화를 하면서 문득 생각했어요. 가끔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나 가족보다, 비슷한 삶의 방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느슨한 인연이 주는 편안함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생기는 기대나 부담감 없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나눌 수 있는 솔직한 대화들이 때로는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함께 구경했던 독립서점 땡스북스 & 오케이어맨션
함께 구경했던 독립서점 땡스북스 & 오케이어맨션

최근 실리콘밸리의 엔젤 투자자이자 창업가로 유명한 나발 라비칸트의 인터뷰를 들었어요. 나발의 인터뷰는 항상 찾아 듣는 편인데, 그는 'Hustle Culture (개인의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라이프 스타일)'를 장려하기보다 나다운 삶, 행복, 자유에 관한 다양한 생각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해줘서 마음에 더 와닿는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러했어요:

1. Inspiration is perishable. Act on it immediately (영감은 쉽게 사라집니다. 즉시 행동으로 옮기세요)

2. If you don’t enjoy what you do, you won’t be good at it. The more you do things that are natural to you, less competition you have. You escape competition through authenticity, by being your own self. (당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지 않으면 그 일을 잘할 수 없어요.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맞는 일을 할수록 경쟁은 오히려 줄어들죠. 진짜 나로 살아갈 때, 그 진정성을 통해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예요.)

3. Unapologetically self prioritizing. Don’t do anything you don’t want to do. Life goes by so fast. Over-scheduled life is not how we evolved or grew up. Your natural orders freedom.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에 미안해하지 마세요. 정말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돼요. 인생은 너무 빨리 지나가니까요. 빽빽하게 일정을 채운 삶은 우리가 원래 살아왔던 방식이 아니에요. 우리의 본능은 자유를 갈망하죠.)

Modern Wisdom Ep.922 x Naval Ravikant 

 

특히 세 번째 말이 가장 와 닿았는데요. 제 일상을 되돌아보니, 주말 계획은 한 달 전부터 빼곡히 채워져 있고, 주중 일정도 그 주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채워놓으려고 애쓰더라고요. 이상하게도 캘린더가 비어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그날의 기분이나 진짜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미리 잡혀있던 일정을 중심으로 하루가 돌아가게 되고, 가끔은 정말 가고 싶지 않은 약속이나 이벤트가 잡힌 걸 보고 아침부터 숨이 막히기도 하죠.

혼자 걷게된 북촌, 우연히 발견하고 기뻐했던 소품샵 오브젝트 북촌점
혼자 걷게된 북촌, 우연히 발견하고 기뻐했던 소품샵 오브젝트 북촌점

서울에서의 삶도 비슷하겠지만, 뉴욕 역시 FOMO(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뭐든 예약이 빨리 끝나서 사람들이 일정을 미리 계획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한다기보다는 과거의 내가 계획한 일정이 현재의 우선순위가 되고, 즉흥적인 행동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나발은 또 "영감은 금방 사라지니 바로 행동으로 옮기라"는 조언을 했는데요. 제 일상에서 영감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들은 결국 메모장 속 리스트로만 쌓이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결국 정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마음의 신호가 들려도 실천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 거죠.

엄마와 함께 만든 Zine, 민화 채색법을 배우기 위해 그린 꽃
엄마와 함께 만든 Zine, 민화 채색법을 배우기 위해 그린 꽃

그래서인지 한국에서의 한 달이 되려 후회가 덜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계획된 많은 것을 해내지 못해도, 그날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바로바로 실행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엄마에게 민화 채색법을 배우거나, 함께 zine을 만드는 것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이요.

수야님 또한 또 다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시면서, 4월엔 어떤 생각들이 수야님의 마음을 채웠는지 궁금해집니다. 날씨가 참 변덕스러워서 4월인데도 눈이 내리고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곤 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내년에 또 만나 서로에게 책을 선물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변덕스러운 봄날씨와 함께,

코스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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