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킨도너츠가 도너츠를 지운 진짜 이유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로에 서게 됩니다. 유지냐 확장이냐 하는 것이죠.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확장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고요. 실제 잘 되는 것 같아 보이는 브랜드도 고민이 많아요. 이때 과감한 선택을 하는 브랜드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사명을 바꾼 던킨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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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도너츠가 도너츠를 지운 진짜 이유

“커피 앤 도너츠, 던킨도너츠” 던킨도너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카피입니다. 2000년대 초 글로벌 TV 광고에 쓰인 이 문구는 지금까지도 회자되죠. 던킨도너츠는 단순한 카피로 커피는 도너츠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도너츠를 전면에 내놓지 않고 있어요. 아예 사명에서 빼버렸죠. 판매하는 제품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같았던 도너츠를 왜 지웠을까요?

ⓒ던킨

니치마켓과 그 한계

던킨도너츠는 사업 초기 도너츠를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습니다. 달콤한 간식을 좋아하는 이들을 집중 타깃해 고객을 빠르게 확보해 나갔죠. 이런 사업 진행 방식을 니치마켓(Niche Market, 틈새시장) 전략이라고 합니다. 베이커리라면 도너츠 혹은 베이글만 전문으로 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비집고 들어간 틈새가 언젠가 브랜드의 한계로 되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유입되고 좁은 시장을 나눠먹기 시작하죠. 성장 가능성이 어느 순간 막히는 것입니다.

이때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는 브랜드마다 다른데,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언스플래시

➊ 뚝심 있게 계속하기

첫 번째 방법은 한 우물을 계속 파는 것입니다. 업계 탑이 될 때까지 말입니다. 다른 브랜드가 들어오지 못하게 진입장벽을 만들거나, 모수 자체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속옷 전문 업체 쌍방울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쌍방울은 1963년 창업한 이래 이너웨어 중심으로 쭉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➋ 전혀 다른 비즈니스로 확장하기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은 대개 이 길을 택했습니다. 삼성, LG가 대표적이죠. 삼성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밀가루, 청과 등 간단한 작물을 팔던 삼성상회로 이어집니다. LG의 모태는 구인회상점이라는 포목점이었습니다. 그러다 둘은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로 확장했고 재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➌ 연관된 비즈니스로 확장하기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해오던 일과 관련된 업을 하는 것입니다. 조명 유튜버가 어느 순간 인테리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자기계발로 확장해 나가는 그림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죠. 알만한 브랜드로는 아디다스가 있습니다. 아디다스의 모태는 다슬러 형제의 신발 공장입니다. 그곳에서 질 좋은 신발을 만들다가 점차 운동화를 포함한 스포츠 용품 제조사가 됐습니다.

ⓒ언스플래시

던킨도너츠는 세 번째를 선택한 셈입니다. 그 의지는 사명에서 드러나요. 2019년, 도너츠를 뺀 던킨으로 사명을 공식 변경했습니다. 커피 등 더 넓은 시장을 포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 말입니다.

“(던킨도너츠가 도너츠를 뺀) 이번 개편은 던킨이 커피, 차, 빠른 서비스, 테이크아웃 음식 등에 기반을 둔 ‘음료 주도형’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CNN

선택의 기로에 선 브랜드들

니치마켓에 들어간 브랜드는 이처럼 적절한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줄 서서 사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김씨네과일. 과일 티셔츠만 10년, 20년 팔 수 없습니다. 베이글 열풍의 대표 주자 런던베이글뮤지엄. 계속해서 베이글만 팔 수 없습니다. 필링 도넛 전문점 노티드도 마찬가지예요. 언제까지 필링 도넛만 팔 수 없습니다.

세 브랜드는 이미 고민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 움직임이 보이기도 합니다. 세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을 택할까요? 던킨도너츠처럼 성장 키워드까지 버리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선택을 옳게 만들 수 있을까요?

기획 공지온 ￨ 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