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다리 리뉴얼, 이게 최선이었을까

좋은 브랜드를 꼽을 때 빼놓지 않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투다리입니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투다리 말이에요. 누군가 말했어요.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증거라고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투다리는 어떤 의미에서 독보적이에요. 진짜 좋은 브랜드죠. 정확히 말하면 진짜 좋은 브랜드였어요. 이번 주는 투다리의 장수 비결과 리뉴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발행 주기를 격주로 전환합니다. 보다 역동적인 서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거든요. 레터는 매달 2, 4번째 수요일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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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다리 리뉴얼, 이게 최선이었을까

투다리는 꼬치구이 프랜차이즈 브랜드입니다. 1987년, 인천 제물포역 인근 2.5평 작은 매장으로 시작해 2,000년 전후 우리나라 대표 주점으로 자리 잡았죠. 골목골목마다 들어선 투다리가 한때 2,000여 개에 달했어요. 그리고 여전히 건재하죠.

©투다리

투다리의 장수 비결

투다리의 롱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투다리가 확장할 당시 한국엔 평생직장 개념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한 직장에 들어가 30년씩 근무하고 그곳에서 퇴직하곤 했지요. 그리고 퇴직금으로 노후를 대비했는데, 그때 하기 좋은 창업 아이템이 투다리였습니다.

그들의 창업, 그러니까 5060의 창업은 2030의 창업과는 목적이 좀 다릅니다. ‘큰돈 벌겠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겠다’가 아니에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목적이 크죠. 운영은 좀 편하면 좋고요. 투다리는 아주 좋은 선택지였습니다. 직장인 월급 정도는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줬기 때문입니다.

본사는 중앙공급식 식자재 시설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맛을 통제했습니다. 당시 2차 장소로 적합한 프랜차이즈가 사실 투다리만 있었던 게 아니에요. 디오니소스, 조끼조끼 등 많았죠. 메뉴도 다양했고요. 문제는 주방 이모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투다리는 전 매장에서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했어요. 지금은 대개 프랜차이즈가 도입한 시스템이니까 당연해 보이는데, 투다리가 확장할 때는 가히 획기적이었죠. 당시가 1989년이니까요.

“투다리는 마진율은 좀 적어도… 내가 준비할 게 없어. 본사에서 다 오니까. 야채만 준비하면 되니까. 그다지 힘든 건 없어.” - 투다리 20년 가맹점주, 유튜브 인터뷰 중

투다리는 브랜딩도 잘 했습니다. 감도 이야기가 아닙니다. 냉정히 말하면 사실 감도는 낮죠. 근데 나름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지금도 투다리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이미지가 각자에게 있을 거예요. 그게 중요합니다. 브랜드는 연상했을 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거든요.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다. (중략) 그렇다면 정확하게 브랜드란 무엇일까? 브랜드란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기업에 대하여 개인이 가슴속 깊이 느끼는 본능적인 감정(gut feeling)이다.” - 마티 뉴마이어, ⟪브랜드 갭⟫

그동안 다수의 브랜드가 2차 아이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봉구비어, 역전할머니맥주 등등 여럿입니다. 일본식 이자카야가 유행일 때도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도 투다리는 나름의 포지셔닝을 했고, 그런 투다리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창업하고자 하는 수요와 그들이 운영하는 매장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모두 존재했던 거죠. 그렇게 무려 40여 년을 생존했습니다. 투다리를 좋은 브랜드로 손꼽는 이유예요.

투다리의 미래

이후로도 좋은 브랜드일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투다리는 매장을 리뉴얼하고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같을 수는 없을 거예요. 시대 흐름이 변했거든요. 2차가 사라지고 있죠.

최근 외식업 트렌드는 1, 2차가 다 가능한 브랜드입니다. 대동집, 금별맥주 같은 곳은 두 기능을 모두 충족하죠. 1차 아이템이지만 2차 기능까지 하는 브랜드도 있고요. 투다리는 그 사이에서 입지가 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있어서 1, 2차가 가능한 브랜드로의 전환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리뉴얼 기조를 2차 집중으로 잡은 듯합니다. 하던 걸 더 잘하자는 거죠. 간판에 아예 ‘꼬치구이 연구소’라고 큼지막하게 적었어요. 공간은 상당히 캐주얼합니다. 평수도 기존보다 큰 것 같고요. 종합해서 보면 봉구비어, 역전할머니맥주 등이 있는 시장에 들어가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깃층을 낮추겠다는 거죠.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리뉴얼로 좋은 브랜드를 만든 기존의 가치는 사라졌다는 거예요. 안락한 부스석과 따뜻한 조명, 정겨운 분위기까지도요. 물론 과거 전략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자명합니다. 예전 감성을 좋아하는 단골 고객만을 위해 운영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투다리가 가지고 있는 헤리티지를 다른 방향으로 잘 활용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투다리는 정말 좋은 브랜드였거든요.

기획 공지온 ￨ 글 오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