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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존귀하게 다루어졌나요?

12월 12일 :: off레터

2025.12.12 | 조회 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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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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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마음건강을 위한 종합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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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 워크숍을 들으신 한 수강생분이 인스타그램으로 긴 메시지를 보내오셨어요. 사회적 기업 대표님이셨는데요. 분명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너무 많은 요구와 부탁 속에서 허덕이기 일쑤라는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함께, 주변의 눈부신 성취를 바라보며 종종 마음이 작아지곤 한다는 진솔한 마음, 그 사이에서 좀처럼 균형을 잡지 못하겠다는 구체적인 고민이 담겨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읽고 가만히 앉아 답장 편지를 쓰다가 문득, 여러분과도 이 주제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과 연시 사이의 어딘가에 서 있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고 느껴졌거든요.

 

사실 저는 그분의 사연에 답장을 쓰는 데 한두 시간을 넘게 썼던 것 같아요. 제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참 많은 순간들과 닮아 있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매거진을 만들고, 작가가 되어 마음의 이야기를 전하게 된 그 시작점이자 가장 큰 뿌리인 청춘상담소’ NGO 활동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분명 누군가에게 손 내밀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는 아주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 세상 곳곳의 필요와 맞닿아 정말 보람된 활동으로 탈바꿈했었지만요. 10년 넘게 이어오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버틸 수 없이 괴로운 순간들도 꽤 많았습니다.

 

비영리 조직의 특성상 성장의 한계는 분명했고, 도와주는 고마운 동료들이 있었지만 모두 자원봉사자이고 비상 근자인지라 결국 매일매일을 붙잡고 꾸려가는 건 온전히 저 혼자였으니까요. 주변을 보면 창업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기업을 매각해 40살이 채 되기도 전에 200, 300억에 이르는 막대한 자산을 가지게 된 동창들도 있었고, 사옥을 올려 자산이 몇 배로 뛴 대표들도 있었어요. 분명 20년 전에는 함께 라면 끓여 먹고 하하 호호 웃던 친구들이었는데, 나와는 아주 다른 경로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몇 번이나 위축되곤 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좋은 일을 한다고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셔도 그 말이 하루하루의 고민과 책임을 덜어주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제 대학 시절 멘토님이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수백억 매출을 올리는 대표님들도 대단하지만, 삶을 포기하려던 한 사람을 다시 살게 만든다는 건 가치로 치면 얼마일까요? 재열 작가, 계산 한번 해볼래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저는 지나온 순간 만나온 수많은 씨앗들이 떠올랐어요. 은둔 청년, 자립준비 청년, 공황과 우울, 번아웃을 겪는 분들까지... 숫자로 세거나 자산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과 함께 버티고 지나온 시간 속에서 적어도 열 명 정도는“저 사실, 그때 죽으려고 했었어요. 재열 님 만나기 직전에요.”라고 말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 통장에 바로 찍히지 않을 뿐, 분명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는 가치들. 그걸 인식하고 나니 더 이상 제가 작아지지 않더라고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참 존귀한 일이구나.’ ‘나는 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피부에 와닿듯 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깨달음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존귀한 일을 하는 나는

대체 왜 나 자신을 존귀하게 대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귀한 손님을 모실 때 왜 의전에 민감하잖아요. 높으신 분, 귀하신 분, 어렵게 모신 분일수록 어떻게 잘 대접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며 시간을 씁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그런 의전을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저는 아주 사소한 의전을 저에게 건네는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별것 아닌 5분 리추얼 하나라도, 5분 동안만큼은 나를 귀한 사람처럼 모시는 시간이라고 마음속에 명확하게 되뇌입니다. ‘오프하고 멈추고 쉬라는 말은 제가 숱하게 해왔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 전하고픈 메시지는 그와는 조금 달라요. 아니, 한 뼘 더 들어가 살펴보자는 겁니다. 그 시간을 쓰는 내가 나라는 사람의 존귀함을 의식하고, 대접하듯이 행하고 있느냐는 거죠. 나는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마음속에서 계속 되뇌며 오프먼트를 가지는 건, 그냥 쉬자는 감각과는 또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저는 요즘 이런 작은 의전의 경험들을 쌓아가며 밖에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나와, 나를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고,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은 채 정말 그냥 사람, 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요, 세상에? 오히려 너무 위축이 안 돼서 꼿꼿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뭐예요. 살다 보니 그런 말을 듣는 날도 다 있네요. 그나저나, 고민 상담을 청하신 그 수강생 대표님께 쓴 마지막 두어 줄은 여러분께도 그대로 전해드려 볼까 해요. 아마 그분께만 필요한 메시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대표님. 대표님도 꼭 본인의 가치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미 존귀한 일을 하고 계실뿐더러, 그 일을 어느 날 그만두시게 되더라도 대표님이라는 사람 자체가 존귀한 존재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존귀한 사람을 존귀하게 대접해 주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짧아도 되고, 작아도 되고, 아주 잠깐이어도 돼요. 하지만 반드시 필요해요. 받아야 마땅한 대접을 받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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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낸 뒤, 저는 새 다이어리를 꺼내 표지에 문장 하나를 적어 넣었습니다.나는 존귀한 사람이다.’ 이 문장을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에도, 새해의 첫 페이지에도 함께 가지고 가기로 결심했지요. 2026년에는 저의 중심을 잡아주는 구심점이 될 문장이 바로 이것이구나 느껴지더라고요.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재열 작가는, 그 대표님은 실제로 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생각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는 공익적인 일을 하지도 않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인데...’

 

라고요. 하지만 누군가를 살리고, 세상을 조금 더 따듯하게 만드는 존귀함은 사회적기업이나, NGO 대표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먼저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것, 문득 연락이 끊어진 친구에게 바빠서 그렇겠지넘기기보단 혹시 무슨 일 있는지 먼저 물어봐 주는 것, 그 사소한 연결이 세상을 따듯하게 만들 수 있는걸요. 그리고 그 한 마디를 나에게 전하는 것 부터 시작해 보자는 거죠. , 아주 조용한 소리여도 좋으니 입 밖으로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어 보면 어떨까요?

 

나는 존귀한 사람이다.

 

이 문장을 입술 끝에서 뱉어내보는 일, 분명 낯설지만 어느덧 우리를 귀히 대할 수 있는 첫걸음, 우리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작은 의전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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