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24살 때인가요? 수영을 처음 배우러 갔었습니다. 청소년기 즈음부터 저는 물 공포증 때문에 수영장에서 제대로 몸을 담그기도 어려워했었는데요. 대학에 들어오니 이 물 공포증이라는 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꽤 큰 장벽이 되더라고요. 당시에는 한창 한강 르네상스 붐이 일면서 수상 레포츠가 참 많이 부흥하던 시기였어요. 친구들이 여름이면 계속 바다로, 한강으로 가서 노는데 저는 늘 사진을 찍어 주거나 쳐다보고 있는 신세였죠. 그래서 결심을 한 겁니다. 이제는 물 공포증을 한 번 극복해 보자. 용기를 내서 학교 내에 있는 스포츠센터에 찾아갔어요. 마침 접수처에서 접수원분들과 대화하고 있는 분이 수영 강사 선생님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접수 전에 짤막한 상담을 요청드렸죠.
“저, 선생님. 제가 굉장히 심한 물 공포증인데요. 저는 수영을 잘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냥 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선생님은 저를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음, 한 달 정도면 되겠는데요? 뭐, 운동 좀 하신 것 같은데.”
확신에 찬 목소리와 쾌남 같은 미소로 선생님이 “자기만 믿으라”며 “한 달이면 된다”고 하셨던 것에 설득되어서일까요? 바로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수영장에서는 선생님의 거의 쉬기 일보 직전인 외침이 울려 퍼졌지요.
“자, 힘 빼세요. 힘, 힘. 괜찮아요. 괜찮아요. 힘 빼세요. 힘, 힘, 힘, 힘.”
한 달 강습이 끝나 가는데 저는 여전히 킥판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다른 회원들은 자유형, 배영까지 간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만 홀로 출발선에 계속 있었죠. 도무지 몸이 뜨질 않는 거예요. 한 달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던 선생님은 말 꺼낸 게 미안했는지 강습 시간의 거의 절반을 저에게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저를 전담 마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힘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강습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미안함도 들었고요. 모두들 앞으로 나가는데 나만 여기 있다는 쪽팔림도 굉장히 심했고요. ‘왜 안 되는 거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컸어요. 늘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오늘은 제발 힘 좀 빼 보자. 오늘은 제발 좀 떠 보자.’라는 강박이 점점 더 저를 필사적으로 만들었고, 그 필사적인 마음이 들면 들수록 저는 더 자주, 빈번히 가라앉았죠.
제일 황당했던 건 뭐냐면요, 첫날에는 두세 번 정도 첨벙첨벙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3주를 개근했는데도 점점 더 못해지는 거예요. 이제는 단 한 번도 킥판을 놓을 수 없게 됐거든요. 선생님께서는 저의 무서움을 줄여 주시려고 “이 깊이에서는 절대 안 죽어요. 재열 씨, 절대 안 죽어요.”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제가 그걸 모르는 게 아니잖아요. 죽을까 봐 무서운 것보다는 왜 안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바심과 초조함 때문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몸에 힘이 들어갔던 거죠.
그러다가 물에서 뜨게 된 날은 아주 뜻밖의 시기였는데요. 바로 다음 달 재등록을 하는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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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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