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호. 요가하기 좋은 도시, 상하이

구독자님, 요즘 주변에서 상하이 여행 많이 가시죠?

SNS에 보이는 럭셔리하고 화려한 이미지도 있지만 상하이는 사실 느리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도 정말 좋은 도시랍니다. 저도 여기 와서 살기 전까진... 잘 몰랐어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이 꽤 컸거든요.

미식, 건축, 차, 커피, 향수 등 유명한 게 많은 도시지만 요가라는 관점으로 봐도 상하이는 굉장히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중국어로 요가는 '유쟈 瑜伽‘ 라고 해요, 발음이 귀엽죠? 이번 주는 제가 너무나 애정하는 상하이의 유쟈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

🪭 상하이 요가&웰니스 트립 (10/30-11/2) 신청 바로가기

🥳 동아시아 최초의 요가원

구독자님, 상하이에서 요가는 언제 시작 됐을까요? 2000년대? 1990년대? 1980년대?

음... 정답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이예요! 요가레터 4호에서 소개한 인드라 데비의 여정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인드라 데비가 상하이에도 잠시 살았었거든요. 당시 동방의 파리라고 불리며 수많은 외국인들이 무역과 사업을 위해 상하이에 몰려오던 때였습니니다.

그녀가 도착한 1930년대, 상하이라는 도시에 요가의 첫 씨앗이 심겨졌어요.

프라나야마를 함께 수련하는 인드라 데비와 구루 T 크리슈나마차리아

인도에서 크리슈나마차리아의 유일한 여성 제자로 훈련 받은 인드라 데비는, 당시 외교영사관으로 근무하던 남편의 발령을 따라 상하이에 살게 됐어요.

구루의 당부 "어디에 있든, 요가를 가르쳐라" 를 잊지 않고 상하이에서 요가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데비는 상하이 내 외국인 조계지*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프랑스 조계지 안에 위치해 있었답니다) 에서 고위층 부인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여성 요가 수업을 시작했고, 그 제자 중에는 훗날 대만의 첫 영부인이 된 쑹메이링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조계지: 공식적으로는 중국 영토지만 개항된 곳으로 외국인이 자유롭게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 상하이에는 프랑스, 미국, 영국의 조계지가 있었다. 

젊은 시절의 장제스와 쑹메이링, 그녀는 상하이의 최고 부자였던 쑹씨가문 3자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했다

당시 상하이는 물론 중국을 통틀어 최고권력자였던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에게는 슬관절염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주치의는 약물 대신 운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할 것을 권유했어요.

그 때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이미 유명했던 데비의 요가를 만나게 된 겁니다. 메이링은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해 영어를 편하게 구사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최고권력자의 부인이 '요가'라는 걸 배운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상하이 상류 사회에 퍼져나갔고, 당시 상하이 모던걸들이 너도나도 요가를 배우겠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메이링은 자신의 저택 한 켠을 내어 데비가 요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상하이를 떠난 이후에도 채식과 수련을 이어갔다 전해져요.

당시 동방의 파리라 불리며 번성했던 상하이의 1930년대

하지만 이후 중일전쟁의 확산으로 안전하던 조계지마저 전쟁의 소용돌이로 휘말리게 되며, 상하이의 요가 역사는 약 50년간 명맥이 끊기게 됩니다. 국공내전, 문화대혁명과 같은 중국의 정치적 격변기를 겪으며 요가는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잊혀졌지요.

🇨🇳 요가 瑜伽 르네상스

1990년대, 드디어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방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상하이로 몰려든 외국인들과 해외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상하이의 젊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요가의 물결이 다시 시작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초반에는 '엘리트들의 새로운 취미'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요가는 이제 중국에서 대중적인 운동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와 90년대 매일 아침 요가방송을 통해 중국의 요가대중화에 기여한 장휘란

그리고 지금, 중국 요가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추정되는 요가 시장 규모만 우리 돈 약 10조원에 달해요.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요가복 시장 규모는 중국 혼자 전 세계 약 23%를 차지할 정도고요.

요가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같은 대도시에서 더욱 인기입니다. 상하이는 약 3,000 곳 가량의 크고 작은 요가원이 있고요, 꽤 국제적입니다. 중국 외에도 인도, 홍콩, 영국, 미국, 러시아 등 다양한 출신의 선생님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요가를 가르치고 있지요.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요가브랜드는, 역시 룰루레몬입니다.

중국에서는 할인을 거의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대비 22% 증가했을 정도죠. 작년엔 아예 중화권 프랜차이즈 요가원 PURE 와 합작해 상권 중심부에 수련과 쇼핑을 결합한 플래그십 매장을 내기도 했답니다.

통유리로 된 외관이 멋스러운 징안 케리센터 플래그십 스토어 조감도, 실제로도 꽤 멋져요

🪭 요가로운 상하이 브랜드

그럼 이제 여행 오셨을 때 가볼만한, 상하이의 요가로운 브랜드와 요가원을 묶어 소개해 볼게요!

1) 마이아 액티브 Maia Active

중국판 룰루레몬으로 유명한 마이아 액티브는 2016년 상하이에서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상하이 출신으로 뉴욕 파슨스에서 공부한 리사 오우가 “아시아 여성 체형에 맞춘 요가웨어”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창업했죠. 마이아 액티브는 통통 튀는 컬러, 프리미엄이지만 룰루레몬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인요가로 잘 알려진 Jo Phee 선생님이 앰배서더로 활약 중! Ⓒ Maia Active

실제로 현지 요가원에서 수련하다보면 룰루레몬 다음으로 가장 자주 보이는 브랜드기도 해요. 2023년, 살로몬, 아크테릭스, 데상트 등을 보유한 안타 그룹에 인수된 이후로는 요가 외 다양한 스포츠웨어 라인이 나오고 있습니다.

📍 Jingan Kerry Center, Xintiandi Style 등 다수 | 💰 레깅스 230~550위안 | 🔗 온라인 구매 가능

2) 파람 사라 Param Sara

상하이는 향수로도 꽤 알려진 도시예요. 다양한 향수 브랜드가 상하이에 진출해있기도, To Summer 观夏 나 도큐먼츠 DOCUMENTS 같은 로컬 향수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죠. 이 파람 사라는 인도 출신 조향사 앙키타 길이 상하이에서 창업한 브랜드입니다.

산스크리트어로 '다른 세계로 초월하다'라는 뜻의 파람 사라.

앙키타 본인의 영적 뿌리인 인도 문화와 일상을 살아가는 상하이에서의 경험을 결합해, 가장 동양적인 느낌을 너바나, 보디, 만다라, 카마라는 이름의 향수로 표현했다고 해요. 시향 공간도 '명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현한 점이 인상 깊었어요.

📍 HKRI Taikoo Hui LG1 South Hall | 💰 향수 12ml: 399위안 | 🔗 온라인 구매 가능

3) Drishti Vinyasa Yoga Shala

외국인 소유 스튜디오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상하이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데 성공한 영어 요가 스튜디오 드리스티를 소개하고 싶어요. 인도 선생님의 지도 아래 아쉬탕가, 빈야사, 인, 하타, 싱잉볼 등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상하이의 수많은 선생님들이 이 곳에서 요가티쳐트레이닝을 들을 정도로 선생님들의 실력도 매우 훌륭하답니다.

시간대별로 수업이 많은 편이고 2회에 3만원대 체험권을 제공하니, 현지 요가원의 분위기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들러보세요 :)

📍 Zhenning & Jiangsu |⏳ 수업시간: ~120분 | 💰 첫 2회: 150위안 | 🗣️ 영어 | 🔗 위챗

4) Pure Yoga

요가레터 34호에서 소개한 무려 25년간 사랑받고 있는 요가원 Pure 도 빼먹을 수 없죠. 평균 10년 이상의 지도경력을 갖춘 선생님들로부터 하타, 아쉬탕가, 빈야사, 아헹가와 같은 전통적인 요가 스타일 뿐만 아니라 플라잉, 월, 체어 등 다양한 현대 스타일의 요가를 배울 수 있어요.

1회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고급스러운 샤워 시설과 어메니티가 갖춰져 있어 한 번쯤 방문해볼만 해요.

📍 Jingan, Xuhui, Xintiandi 등 |⏳ 수업시간: ~90분 | 💰 1회: 350위안 | 🗣️ 영어, 중국어 | 🔗 위챗

10/30 - 11/2 상하이 웰니스 트립 OPEN

상하이는 분명, 여행하기 쉽거나 저렴한 곳은 아닙니다. 구글 맵도, 네이버도, 인스타그램도 다 안되는 곳. 간단한 음식 주문조차 중국 앱이 있어야 가능한 곳. 모든 게 중국어다보니 무척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찾고 싶은 정보도 찾을 수가 없고요.

제가 처음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개인적으로 붐비고 시끄러운 곳을 못 견디는데, 중국어 까막눈이라 검색에만 의존하다보니 사람들 다 가는 그런 곳에 도착하기 일쑤였지요 🥹

이런 저의 시행착오를 거쳐, 요가와 웰니스라는 테마로 애정하는 상하이를 큐레이션해봤어요. 여러분은 편하게 둘러보실 수 있도록요.

개별항공권으로 각자 일정에 맞게 상하이에 도착해주세요. 아침 요가 수련 후 가볍게 아침을 즐기고, 오동나무 우거진 거리를 자전거 타고 달립니다. 좋아하는 차관이나 카페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감도 높은 샵을 둘러보는 일상 같은 여행을 함께해요. 물론, 상하이의 훌륭한 미식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랜드마크도 즐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