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9 성장하리 !

우리도 모르게 훌쩍 자라난 날들에는

2026.08.24 | 조회 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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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t lalais!

 테툼어로 '빨리 자라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재미있게도 저희 사무실에서 누군가 재채기를 할 때면 'Bless you' 대신 다 같이 외쳐주는 우리만의 유행어이기도 해요. 재채기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이 다정한 응원의 말처럼, 지난 두 주간 딜리의 일상 속에서 한 뼘 더 훌쩍 자라난 성장의 순간들을 차곡차곡 모아보았는데요.

 한 달 반 정도의 한국 일정을 끝내고 오신 지부장님이 다시 복귀하시면서 많은 것들이 새로워졌습니다. 우선, 그새 커버린 지부장님 댁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짧은 시간 동안 훌쩍 달라진 아이들을 보며 혹시 저도 그렇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단지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테툼어 단어를 하나씩 외워가기 바쁠 줄만 알았는데, 시간을 돌아보니 저도 티모르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단단한 뿌리를 내리며 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더라고요. 스스로에게 반할 만큼 자연스럽게 마음을 이어주던 의료봉사 통역의 현장에서, 말하지 않아도 척척 손발이 맞는 동료들과의 깊어진 관계 속에서, 그리고 3개월 만에 마주한 초등학교 아이들의 훌쩍 자란 미소 곁에서 저는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반짝이는 성장의 조각들을 주워 담았답니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건지도 모르게 훌쩍 자라난, 비로소 진짜 내일을 적어갈 만큼 듬직하게 성장하는 시간. 사무실에 울려 퍼지는 "Boot lalais!"라는 기분 좋은 외침처럼, 함께 빚어낸 벅찬 성장의 장면들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해요!

 


💊 마나뚜뚜의 말과 마음, 그리고 훌쩍 자라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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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간 마나뚜뚜에서 진행된 의료봉사 현장은 정신없이 바쁘고 긴장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민들의 발걸음과 웅성거림,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체력적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만큼 지치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건 온전히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봉사에서 저는 이/미용 봉사팀에 합류해 머리카락을 무료로 잘라주시는 분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가위를 들고 정성껏 주민들의 머리카락을 다듬어 주시던 그 손길, 따스한 눈빛으로 건네는 위로를 가까이서 바라보며 제 마음까지 몽글몽글해지는 것을 느꼈지요. 봉사하러 먼길을 마다않고 이 동티모르라는 나라까지 오신 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그런 생각도 스쳤습니다. 세상에 이토록 따스한 마음을 품은 좋은 어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요.

 조금은 어지러운 호흡 속에서, 저 역시 문득 깨달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현지 주민들과 봉사자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그들의 간극을 떼툼어로 매끄럽게 메워내고 있더라고요. 아픈 이의 눈을 깊이 마주하고, 간절한 사연을 헤아려 전하고, 다시 다정한 온기를 돌려주던 그 짧은 찰나. 문득 생각지도 못한 제 모습에 픽 웃음이 나면서도, 순간 '나... 좀 멋진데?' 하고 스스로에게 잠깐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 이 땅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단어 하나를 입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는데, 그동안 쌓아온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증명해 주는 순간이었죠.

훌쩍 커버린 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피어나는 묘한 뿌듯함도 잠시, 무엇보다 이토록 다정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 뜻깊은 자리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 벅찬 감사함으로 밀려왔습니다. 벌써 이렇게 하나의 언어를 통역해낼 수 있을만큼 성장해낸 스스로에게 조금은 고생했다고 다독여주고 싶은 시간이었어요.


🏫 성장한 변화 속 다시 마주 본 어린이라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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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개월 만에 다시 찾은 따시똘루의 알파테라 초등학교. 교문 안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솔직히 조금은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과연 나를 기억해 줄까?' 하는 작은 소망이자 걱정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걱정은 아주 쓸데없는 것이었습니다. 멀리서 저를 알아보곤 조금은 쑥스럽게 꺄르르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들. 어느새 자라난 것 같은 키만큼이나 눈빛에 반가움을 가득 담고 인사를 건네러 와주는 아이들을 마주한 순간, 가슴 한구석이 찌릿할 만큼 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마주하며 그간의 안부를 나누다 문득 깨닫게 되었어요. 그동안 쑥쑥 자라난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면서도, 어제 만난 것처럼 여전히 맑고 다정하게 서로를 알아보는 그 눈빛만큼은 그대로였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게 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지만, 그 커다란 성장의 궤적 안에서 우리를 엮어주는 끈들은 여전히 단단하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환한 미소 속에서, 또 그 곁을 지키는 제 안의 깊어진 마음 속에서, 서로의 온도가 다정하게 맞닿는 또 하나의 소중한 조각을 주워 담아 봅니다.


🗝️ 의연해진 마음과 척척 맞는 호흡으로 정의하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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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보면, 진짜 성장은 거창한 무대 위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불쑥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낯선 변수 하나에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곤 했는데, 이제는 예상치 못한 일 앞에서도 한 발짝 물러서서 호흡을 고를 수 있을 만큼 제법 의연해졌습니다. 마음의 결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유연해진 저를 발견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참 성실하게도 나를 키워냈구나 싶어 미소가 지어집니다. 

 사무실 동료들과 일할 때의 호흡도 그렇습니다. 눈빛만 스쳐도 다음에 무엇이 필요한지 척척 손발이 맞아떨어지고, 서로의 부족한 자리를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그 당연한 일상들이 참 고맙고 든든합니다. 저 혼자만의 성장이 아니라, 함께 하는 시간 속 저마다의 자리에서 묵묵히 애쓰며 함께 훌쩍 자라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저에게 '성장'이란, 뾰족하게 모서리를 세우며 앞만 보고 달리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로에게 다정한 그늘이 되어주고, 서툰 호흡 속에서도 기꺼이 온도를 섞어내며, 매일의 일상을 조금 더 의연하고 따뜻하게 품어낼 수 있게 되는 것. 그 모든 조각들이 모여 우리를 더 단단한 내일로 데려다주는 것 아닐까요.


 낯설었던, 그렇지만 이제는 익숙해질법한 땅 딜리에서 손끝으로 하나 둘 주워 모은 이 사소하고도 다정한 성장들은, 실은 제 삶 속 하루하루마다 깊은 애정들이 고스란히 담기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조각들은 앞으로 남은 날들을 버티고 또 환하게 증명해줄 가장 단단한 성장의 나이테가 되어주겠지요.

 오늘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쑥쑥 자라나며 소중한 성장의 순간들을 마주하고 있을 여러분에게, 이 작은 조각들과 다정한 응원이 온전히 닿기를 바라요.

 다음 주에도, 마음 한편에 반짝이는 조각들을 품고서 또 만나요! 

성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깊어지는 애정을 발견하는 동티모르의 시간을 담아,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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