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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형 밀라노적응에세이) 쭘마인밀란 8번째 이야기

2021.12.27 | 조회 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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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umma in Milan

밀라노에 입성한 한국 아줌마의 유쾌한 생활밀착형 밀라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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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정확한 의미조차 모르던 국민학교 시절. 나는 전라남도에서도 매우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시골에서 살았다. 크리스마스가 뭔지는 몰랐지만, 좋은 날이라는 건 건 어렴풋이 알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꼭 양말을 걸어 놓고 자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다는 말을 누군가가 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뜻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매번 25일 아침이 된 후에야 깨달았다. "이번에도 망했구나...."

일 년 내내 벼농사로 바쁘다가 가을 추수가 끝나면 한가한 계절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동지가 가까워지면 다시 바빠졌다. 종이를 만드는 닥나무 작업을 12월에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닥나무 작업은 종이와 지폐의 원재료로, 성인 키만큼 자란 닥나무를 베어다가 커다란 가마솥에서 48시간을 찐 다음, 나무껍질을 벗겨내고, 다시 한번 갈색의 겉 피를 벗겨낸 후 잘 말려야 하는, 중 노동에 가까운 일이었다. 동지는 언제나 크리스마스보다 며칠 앞서 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구경도 못 해봤지만, 알을 넣은 동지 죽은 실컷 먹으며 자랐다. 

몇 년 동안 양말을 머리맡에 놓아둘 시기를 놓친 나와 동생은 이번 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4학년, 동생이 2학년 때였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워낙 착한 아이였던 나였기에 내심 뭐라도 들어있기를 바랐다. 창호지를 두껍게 바른 미닫이문이 바람에 흔들리며 덜컹덜컹 소리를 냈다. 찬 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왔지만, 초저녁에 이미 아궁이에 넉넉하게 불을 지펴 놨기에 바닥은 뜨끈했다. 이불을 돌돌 말고 누워있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생을 흔들어 깨웠다. 조심히 양말을 만져보았다. 작은 양말 속에 뭔가가 들어있었다. 양말을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동전이 후두둑 떨어졌다. 십 원짜리 동전과 백 원짜리 동전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 뒤로 다시는 양말을 걸어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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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쭘마 선량 작가입니다. 

며칠 후면 성탄절이 되는데요, 올해 초만 해도 제가 밀라노에서 성탄절을 보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정말 사람의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구독자에게 성탄절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저는 이번 성탄절 준비를 하나도 하지 못했어요. 핑계를 대자면 아직 집이 없어서 트리를 준비하지 못했고, 노동 허가서가 나오면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아직도 안 나오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그린 패스가 안 나오는 바람에 그것 또한 취소되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에요. 

저희 아이들은 진작부터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았는데요, 그게 조금 미안하기도 하더라고요. 너무 동심을 파괴한 것은 아닌가.... 하구요. 하지만 성탄절이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 년 동안 잘 지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부모가 선물을 주는 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제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자! 아마존에서 사고 싶은 거 골라서 장바구니에 담아 놔!"라고 인심을 썼답니다. 

하필, 아이들이 핸드폰을 만진 후에 홈 버튼이 고장 나 버렸.... ㅡㅡ;;; 

모든 유럽 국가들이 그렇겠지만, 이탈리아도 크리스마스를 꽤나 기념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카톨릭 국가이기 때문이겠죠.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다들 휴가를 떠나고 관공서는 일을 안 한다고 하니, 참 환장할 노릇입니다만, 이들의 고유한 문화를 불평해봤자 소용없겠지요? 

그거 아세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이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걸요. 예수님이 겨울에 태어나긴 했지만, 정확한 날은 모른다고 해요. 그런데 왜 12월 25일로 정했을까요? 

그건 로마 시대에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채택했지만, 민중들은 태양신을 숭배하고 있었대요. 그 태양신의 축제인 "빛의 축제"가 "동지"에 있었대요. 동지는 일 년 중에 낮이 가장 짧은 날이고 그다음 날부터 점점 낮이 길어지죠. 그날이 바로 "12월 25일"이었다고 해요. 당시 로마 황제가 이 빛의 축제를 "빛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했고 그동안 이어져 오던 풍습을 흡수해 새롭게 재탄생시켰다고 합니다.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감사한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날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저는 중고등부 시절엔 성탄절 이브에 교회에서 날을 새고 집사님들 집을 돌며 새벽 송을 불렀었어요. 정작 성탄절 당일 예배 때는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렸지요. 그런 평범했던 일상들이 너무나도 그리운 요즘입니다.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차가운 요즘이지만, 가족들과 따뜻한 성탄절 보내시기를 간절히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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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납니다. 40분 정도 기도를 하고 간단한 아침과 아이들 도시락을 준비해요. 남편 도시락까지 준비해야 하는 날엔 꽤 분주합니다. 그래도 7시 전에는 분주한 일이 끝납니다. 아이들이 일어나야 할 시간은 7시 30분. 그전까진 조금 여유가 있어요. 그래서 이때는 영어 원서(요즘 하고 있는 원서 읽기 책, The giver)을 읽던지, 몇 달 전부터 쓰고 있는 성경 필사를 합니다. 참 여유로운 아침이죠. 

"이거 다림질 좀 해줘!"  홍 군이 이 말을 하기 전까진 말이죠. 

제발 미리 말해 달라고, 아침에 말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네요. 미리 말하기 전에 알아서 다려주면 안 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네.... 안됩니다. 저도 다림질 안 좋아하거든요. 특히 토요일, 일요일 주말 내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소파나 침대에서 뒹굴 거리는 그를 보면 더욱 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내 옷을 직접 다려 입거든요. 빨래도 직접 하고요. 밥도 직접 해서 먹지요!! 

"남편이 회사에 가서 돈을 벌어오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가 회사에 갈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날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왕복 50분을 걸어서 학교에 데려다주기 때문이고, 아이들 숙제와 시험공부까지 모~~두 알아서 하기 때문이고, 영어책도 내가 읽어주고, 아이들 가방, 옷, 신발 등등도 모두 내가 빨아주기 때문이죠. 내가 하는 일은 돈이 안되는 일인가요?? 그러면 가치가 없나요?? 아~~ 생각할수록 열불이 나네요.... 

지난 번 매거진에서 뭔가 좀 오해를 하신 것 같아요. 저희 부부가 막 불타오르는 그런 사이인 줄 아시는 분들!! 오해십니다!! 그저 남들과 똑같이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짜증 내는 부부에요. 

오늘은 "꼴 보기 싫어!"라고 말했는데, 속이 다 후련합니다. 

이번엔 절대 절대 내가 먼저 화해를 요청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부부 싸움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음 호를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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