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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 여러모로 확고한 - 색깔 취향
온다 / 보고 듣고 느끼는 🙈🙉🙊 - 다양성에 대하여
- 여러모로 확고한 - 색깔 취향
여러분은 무슨 색을 가장 좋아하세요?
사실 다른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색깔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쉽게 바뀔 수 있는 취향이잖아요. 그런데도 왜 확고한 취향이라고 소개하고 싶냐면, 정말 오랫동안 좋아해온 색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에는 사실 남들 모르게 노란색을 좋아하고 있었어요. 왜 남들 모르게 좋아했냐면, 그때의 저는 꾸밀 줄 모르고 털털한 이미지였다고 스스로 생각했거든요. ‘내가 귀여운 여자애들이 좋아할 법한 노란색을 좋아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이때 저는 ‘나는 평범한 여자애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서 관습적으로 굳혀진 색에 대한 인식에도 반감을 갖고 있었어요. ‘여자애라고 무조건 핑크색을 좋아해야 해? 나는 파란색 좋아할거야!’라고 속으로 자주 생각하고는 했어요. 물론 제 방은 온통 핑크색과 털인형들로 채워져 있었지만요. 이때부터 이미 파란색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앞에서 말했듯이 초등학생 때는 핑크색에 대한 반감으로 파란색을 좋아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당시 입던 제 야상에도 있습니다. 엄마가 유행하는 패션이라면서 남색 야상을 사주셔서 정말 오랫동안 입고 다녔어요. 하도 오래 입고 다녔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정말 제 가죽인 줄 알았을 거예요. 게다가 그 다음에 옷 살 기회가 생겼을 때에도 다른 야상을 하나 더 구매했는데 그때는 모자와 안감에 털이 몽글몽글 달린 방한용 야상이었어요. 그것도 역시 남색이었습니다. 늘 입었던 옷이 남색이어서 그런가, 그 색이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저 익숙해진 것을 넘어서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색이 되어버린거죠.
이후에는 파란색을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겨요. 푸른색을 좋아하는 세 번째 이유는 하늘의 색이자 바다의 색이기 때문이에요. 옛날부터 오랫동안 하늘을 보고 구름의 모양이나 별의 위치를 감상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과학시간에 배우는 구름의 모양은 정말 재미있었더라고요. 살면서 여기서 배우는 구름 모양은 다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보는 하늘은 낮이든 저녁이든 늘 푸른 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저절로 마음이 가게 되었습니다. 바다는 고래를 좋아하면서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다른 무엇도 아닌 고래는 바다에 살고 마침 둘 다 푸른색을 갖고 있었거든요. 자연 어디에 눈을 돌려도 늘 푸른 색이 있었기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모여 저는 색 하나를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사실은 이 긴 시간을 거쳐서 파란색을 좋아할 명분을 여럿 찾아온 것이라고 봐요. 누군가 왜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정도의 근거들은 갖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남들은 다들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가 명확하던데 저는 좋고 싫음도 확실하지 못하던 아이였던 것도 필사적으로 이유를 찾았던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저에겐 늘 생소하고 신기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쉽게 정해지거나 마음에 드는 게 없거나, 아니면 하나에 꽂히게 되거나… 누군가에겐 취향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취향 하나하나가 노력해야 이뤄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또 다른 제 취향을 위해 많은 경험들을 이뤄낼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취향을 갖고 있으세요?
- 보고 듣고 느끼는 🙈🙉🙊
안녕하세요. 온다예요. 지난번 [다합에왔다합]을 마무리하며 ‘여행이 내 인생의 행로를 미묘하게 바꾸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라는 말을 했었잖아요. 다시 생각해 보니 미묘하다기엔 보다 크게 바뀐 행로를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획에도 없던 아프리카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거든요. 이 여행을 놓치게 되면 이만큼 좋은 동행을 다시 구하고, 괜찮은 시기를 잡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고민 끝에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 이야기를 이어왔으니, 이번에는 조금 미뤄두려 해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아프리카 여행기도 언젠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해외에서 생활하며 느낀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며칠 전 잔지바르로 오는 비행기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이하 가오갤3-를 보았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오갤3는 로켓을 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퀼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영화에서는 ‘하이 에볼루셔너리’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완벽한 세계를 위해 무결점한 피조물을 만드는, 스스로 창조주가 된 인물이에요. 로켓은 그의 이상 실현을 위해 실험에 이용당한 피해자이고요. 영화 말미, 로켓은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려 했다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에게 “너는 완벽을 추구한 게 아냐. 있는 그대로를 참을 수 없었던거지.” 라는 대사를 던집니다. 결국 완벽을 표방하던 하이 에볼루셔너리와 그의 세계는 붕괴되고 말아요.
가오갤의 주인공들은 모두 개성 강한 괴짜입니다. 영화 내내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곤 하고요. 그렇지만 기준에 누군가를 맞추려 하지는 않아요. 결국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고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불완전한 존재들이 모여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비록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더라도요.
해외에서 생활하며 여실히 느낀 점 중 하나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획일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가’ 였습니다. 외모나 취향, 더 나아가 인생 그래프까지 말이죠. 평범의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쉽게 괴짜 취급을 받곤 합니다. 이렇게 ‘유별나다’라고 받아들여질 만한 것들이 유럽에서는 보다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개성적이고 심지어는 젠더리스한 옷차림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비건 메뉴, 비키니를 입고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시니어들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들까지. 의식주 전반에서 다양한 개성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어요. 혹시 3T 이론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포용성(Tolerance)이 재능(Talent)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기술(Technology)을 발전시켜 창조적인 도시를 만든다는 내용인데요. 이때 도시의 포용성과 가장 유사한 지표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Gay Index, 즉 동성애 지수라고 합니다. 그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차별받는 소수 집단이기 때문이에요. 이들을 포용할 정도로 포용성이 높은 도시라면 다양한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결국 기술 혁신이 일어나 도시가 발전한다는 것이죠. 톨레랑스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프랑스에서 지나가는 거리에서 동성애자나 크로스 드레서, 무지개색 깃발 같은 것들을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점, 그래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은 은연중 서로를 구분해 무리 짓고,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며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제야 개인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개인이며, 영화 속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추구했던 것처럼 언제나 완벽만이 정답인 것은 아니니까요. 모두가 조금씩 creep이어도 괜찮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레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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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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