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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 처음으로 스탠딩에 가다
온다 / 다합에왔다합
- 처음으로 스탠딩에 가다 (2)
과연 저는 봉사자들의 두 번째 단독공연 티켓팅에 성공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봉사자들은 인기가 많았어요. 데뷔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었고 데뷔 후에는 그들의 음악성에 반한 팬들이 쉴새없이 불어나고 있었으니까요.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나름의 신조가 생깁니다. 신인을 좋아하면 일단 공연을 가라. 조금이라도 제 자리가 있을 때 가두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제 첫 밴드 덕질에 첫 오프라인 공연이라 많은 기대감을 품고 있었기에 아쉬움도 컸지만 별 수 있나요.
아쉬움에 마음을 접던 중 추가 공지가 떴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만 진행할 예정이었던 공연이 1회차 추가되어 금요일에도 열리게 된 것입니다. 첫 티켓팅으로부터 약 열흘 뒤가 금요일 티켓팅 날이었어요. 하지만 이미 마음을 내려놓은 뒤이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친구 집에서 노는 날이었거든요. 가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피시방에 가는 수고를 하지도 않을 예정이었어요. (물론 첫 번째 티켓팅도 그랬지만 그때는 잘 몰랐으니까 봐주는 걸로 합시다.) 그래도 미련은 남았는지, 정작 당일에는 같이 있던 친구들도 로그인을 하게 해서 티켓팅을 부탁했죠. 당연하게도(?) 저는 또 실패해서 포기하는데, 친구가 실시간으로 1-2개씩 풀리는 취소표를 잡아주었습니다 ;-) 그래도 갈 수 있을 때 가야하지 않냐는 친구의 말에 저는 가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이제 그 현장으로 가시죠!
제 스탠딩 번호는 600번대 후반이었는데, 아마 중간~뒤 사이 정도였던 것 같아요. 날도 맑고, 그렇게 덥지도 않았기에 입장 건물 야외에서 줄을 서 대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현장 MD 구매 부스를 쳐다보면서, 그쪽에서 새 앨범이나 굿즈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하나 정도는 사야하나, 엄청난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도 역시 좋아하는 마음에 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죠.
오랜 기다림 뒤에 들어간 현장은 어두웠고, 하얀 연기(?)가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안 그래도 키가 작아 무대를 보려면 사람들의 머리와 머리 사이를 겨우겨우 힐끗힐끗 봐야 했는데, 양 옆과 뒤쪽에 저보다 키가 한참 큰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보이는 자리를 위협 받았거든요. 공연 내내 무대를 볼 수 없었기에 30분이 지난 뒤에는 시야를 포기하고 앞에 있는 사람들의 등판이나 보고 귀로만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즘에는 다리도 아프기 시작해서 의도치 않게 참을성을 많이 기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고통스러움 속에서도 공연은 너무 좋았어요. 1개월도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곡 new plant로 공연을 열 때 무대가 풀로 꾸며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요. 공연을 볼 때 무대 디자인이나 세트 리스트를 유심히 감상하는 편이기에 초록 조명 아래에서 시작하는 첫 곡을 들으며 매우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눈을 감거나 무대를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듣는 것은 조금 더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파트에서 베이스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타가 어떻게 보컬을 받쳐주는지, 드럼이 어떻게 박자를 이끌고 있는지 하나하나 들리는 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수를 좋아할 때는 공연에 반드시 가야한다는 신념이 생긴 것도 이 공연을 본 뒤였는데요. 방송이나 영상에서 들리는 예린 언니의 말하는 목소리나 노래 부르는 소리 역시 여린 특징이 있었기에 저도 그런 목소리를 예상하고 갔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오해였어요. 현장에서 언니의 목소리는 매우 단단했습니다. 구름인데 단단한 구름이라고 해야 할까요. 특유의 몽환적이고 공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그 공기가 매우 밀도 있게 뭉쳐진 느낌이었습니다. 이때 수많은 방구석 평론가, 방구석 보컬트레이너들이 얼마나 허황된 망상에 사로 잡혀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꼈고 무엇이든 직접 보고 직접 느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죠.
위 사진이 제가 서있는 곳의 시야입니다. 공연 중에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에 글자 그대로 귀로만 감상하고 있었는데요. 앵콜 때 모두 휴대폰을 들어올리길래 저도 부랴부랴 들어올리자마자 찍은 사진입니다. 사실은 제 키보다 20cm는 더 커야 이 정도 보일 것 같고, 현실의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우습지만 이 사진은 내 눈으로는 보지 못하니 사진 한 장, 영상 하나라도 남기겠다며 찍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제 옆이나 뒤에 계셨던 키 크신 분들이 절 그렇게 팔걸이로 사용하시더라고요. 편하셨나 모르겠네요, 하하. 이렇듯 첫 스탠딩은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공연 몰입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후로는 차라리 멀리서 앉아 보는 게 낫지, 스탠딩은 절대 가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지친 상태에서 들리는 노래가, 봉사자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전율을 느꼈기 때문에 저는 기회만 된다면 계속해서 공연장을 찾아갈 것 같습니다. 물론 좌석으로요!
여러분은 스탠딩을 선호하나요, 좌석을 선호하나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답니다. 비슷한 경험 돌멩이들을 편하게 가져와주세요. 그럼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
- 다합에왔다합
그 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날이었어요. 아무래도 일상이 언제나 특별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 한 가지 조금이나마 다른 점이 있었다면 AIDA2 과정이 끝났기에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자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는 점일까요? 그래서 다합 뒷산-일명 짭나이(가짜 시나이)산으로 통하는-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네 시에 출발한다는 연우오빠와 함께 밤을 새어주던 그런 날이요. 서로를 잘 모를 때였기에 더욱 다양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깜빡, 사방이 어두워졌어요. 눈 부시던 등대의 빛도, 가로등도, 제각각이던 집들에서 새어 나오던 빛까지 남김없이. 정전이었습니다.
어차피 어두워졌겠다, 옥상러버인 저를 필두로 성우와 연우오빠까지, 셋이 함께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땅에 발 붙이고 있던 모든 불이 꺼지니, 그제야 하늘의 빛이 켜졌습니다. 달도 슬슬 자취를 감추고 있던 터라 별이 더욱 빛났어요. 아무리 깊은 밤에도 보이지 않던 은하수도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날의 하늘이 생생해요. 모든 불이 꺼지면 도시에서도 이런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날 총 일곱개의 별똥별을 만났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크고 선명한 흔적을 남기며 떨어졌어요. 짧은 순간에도 ‘반짝✨’하고 지나가던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목격한 순간 저와 연우오빠가 동시에 흥분에 찬 목소리로 방금 봤냐며 탄성을 질렀거든요.
그 찰나의 순간에 빌 수 있는 소원이라면 매일 같이 생각했을 소원이라는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 말이 진실로 정확했어요. 눈 깜빡할 새 지나가버려 잔상만을 반복재생해야 했습니다. “제 소원은요~” 라던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라던가… 별은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길게 말할 시간을 주지 않더라고요. 여러분은 별똥별을 마주하면 냅다 “행복!!”을 외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사실 전 딱히 소원을 빌지 않았어요. 예시에서도 들었든 저의 소원은 언제나 행복인데, 그 순간 이미 어느 때보다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 굴러 내릴 정도로요. 인생에서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걸 몇 번이나 더 경험해볼 수 있을까요? 그런 건 흔히 큰 행복이라고 불리는 것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 인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에요.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그저 소소하게 하늘만 바라보며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흘릴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이거야말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과연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나 지금 너무 행복해서 눈물 나.”라고 말하는 제게, 연우오빠가 ‘이 순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저는 아마 그 순간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그 기억을 떠올리며 몇 년은 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처음에는 사람이 분명 셋이랬는데, 왜 둘만 대화를 나누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 안 드셨나요? 나머지 한 사람은 이 광경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별똥별 일곱 개를 목격하며 감탄하는 동안 성우는 한 개도 겨우 보았거든요. 같은 하늘을 바라보아도 발견의 빈부격차가 꽤나 컸습니다. 이쯤에서 별똥별을 발견하는 저만의 팁을 알려드리자면, 언제나 하늘을 잘 주시하고 있어야해요. 한 곳만 보기보다는 이리저리 눈을 잘 굴리고 있어야 더 많은 별똥별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또, 여름의 대삼각형 근처보다는 조금 더 떨어진 곳들에서 떨어진 별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벽 두시. 잠깐 불이 들어와 거실에 내려가보니 새로운 하우스 메이트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바퀴벌레를 망치질하며 잡아주던 강렬한 첫인상의 그… 그는 짐을 가져다 둔지 채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연우오빠와 함께 짭나이로 떠났습니다. 다시 정전이 이어졌고요.
짭나이 원정대가 떠난 후에도 둘이 남아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일출까지 보고 내려왔습니다. 일출의 하늘은 붉은 색이 아니라 무지개 색이었어요. 저는 일출보다도 햇빛을 받아 핑크색으로 물든 이국적인 모양의 산에 더 마음을 빼앗겨, 반대편을 더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어김없이 고양이와 함께요. 고양이와 함께 맞이하는 일출도 꽤나 낭만적이었습니다. (이 날은 ‘초’와 함께했어요!)
그렇게 자고 일어났는데…세상에…예상치도 못하게 정전이 아침까지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제가 지내던 하우스는 어떠한 연유에서 정전이 되면 단수가 함께 이루어져 물까지 끊긴 상태. 작동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에어컨과, 냉기가 샐까 열 엄두도 못 내던 냉장고, 장식이 되어버린 핸드폰까지. 그늘에 있어도 늘어지는 더위에 지친 저의 동거인들은 하나 둘 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했어요. 물이라도 들어가면 괜찮을까 싶어 다이빙을 다녀오려 했으나 다녀와도 샤워를 할 수 없어 찝찝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빠르게 단념했습니다. 그러다 신선한 공기라도 쐬자는 생각에 밖으로, 뒷마당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의 피크닉 매트와 하우스의 요가 매트, 그리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수박 반 통과 함께요. 여기에 오프라인으로 저장된 노래를 트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각자 지참한 책도 더해졌습니다. 이왕 정전된 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어요. 평화로운 시간이었어요.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다합에 와서 즐겁기만 하느라 미뤄뒀던 책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고요.
하루, 혹은 그 이상으로 길게 이어진 정전이었습니다. 저녁에도 정전이 또 일어났거든요. ‘이집트’ 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하필 이집트의 연휴인 희생절이 겹쳤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어요. 삶에서 처음 겪는 정전을 다합에서 겪다니…이 정도면 정말 다합을 잊지 못하게 하려고 누군가 수를 쓰는 게 아니었을까요?
이제야 반절쯤 도착한 onda의 다합 이야기, 앞으로 쭉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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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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