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뉴질랜드는 묶어서 생각하기 쉬운 나라입니다. 오세아니아를 대표하는 나라들이면서 영연방 국가로서 문화나 언어 등 유사해 보이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한해협을 건너면 일본을 만나게 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거리도 한국과 일본의 거리랑 엇비슷하지 않을까 생각게 됩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시드니와 웰링턴 사이를 구글어스에서 재 보니, 직선거리가 2,200 킬로미터가 넘습니다. 같은 거리를 서울에서부터 재보려 하니 도쿄는 물론이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가볍게 넘습니다. 조오련 님도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직선거리 51km, 실제 수영 거리 74km 정도니까 헤엄쳐서 건넜지, 호주부터 뉴질랜드까지 헤엄을 치려다간 상어 같은 게 없더라도 가뿐히 죽을 수 있습니다.
빙하기에는 해수면이 낮아서 한국과 일본도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빙하가 녹은 뒤에도 거리가 멀지 않으니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호주와 뉴질랜드 간에는 이런 움직임이 불가능했습니다.
호주의 원주민들은(흔히 '어보리진'이라고 부릅니다만, 최근 호주 원주민들이 이 명칭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잘 아시는 분은 댓글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약 5만 년 전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남아시아로, 남아시아에서 뉴기니로, 뉴기니에서 호주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적으로 '오스트랄로이드'에 속하는데, 이 오스트랄로이드는 동아시아인, 코카소이드, 니그로이드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피부색이 짙고 콧대가 낮으며 코가 넓고 곱슬머리여서 얼핏 니그로이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전적으로 거리가 멉니다. 머리카락이 금발인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반면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정착한 것은 1200~1300년 경으로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호주 같은 곳에서 건너가지 않았을까 싶지만, 현대 DNA 연구 결과 등에 따르면 호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대만(!)에 살던 사람들의 후손이 필리핀으로, 그 후손이 파푸아로, 그 후손이 호주 인근의 작은 섬들로, 그 후손이 뉴질랜드로, 카누(!)를 타고 이동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오리족이 상륙하기 이전 뉴질랜드는 무인도였습니다. 사람만 없었던 게 아니라 포유류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거대 조류들이 사는 독특한 생태계가 있는 섬이었고, 마오리족이 상륙한 뒤 (인간이 늘 그렇듯이) 많은 종을 멸종시킵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