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서사모아에 세워질 뻔 했을까

근거 자료를 못 찾아서 못 썼던 소재들, 아까워서 오늘 풉니다

2025.10.24 | 조회 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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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 주로 페퍼노트가 200회를 돌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를 만한, 그렇지만 너무 어렵지는 않은 소재를 200개 이상(가끔 한 글에 여러 소재가 섞이기도 하니까요) 가져 오는 게 페퍼노트를 시작할 때의 자신감과는 달리 꼭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정말 재밌는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다 보니 근거가 빈약해서 소재 자체를 버리게 됐을 때는 특히 아깝습니다. 오늘은 200회를 진행하면서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근거를 찾을 수가 없어서 버려야 했던 소재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1. 한국 정부가 서사모아에 세워질 뻔 했을까

6.25 전쟁 초반, 남한은 북한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낙동강까지 밀려 절망적인 상황을 맞았습니다. 다행히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전세를 뒤집었지만 미국으로서는 플랜B 또한 생각해 둬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플랜B로 고려된 것이, 정부요인과 피난민 수십만 명을 모아 망명 정부를 세우는 방안이었습니다. 대륙에서 밀려난 중화민국 정부가 대만 섬으로 간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대만 섬과 같은 곳이 없었습니다. 가까운 제주도는 농사를 짓기에 부적합한 땅이어서 수십만의 피난민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일본으로 간다는 것은 독립을 맞은지 얼마 되지 않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 멀리 남태평양 서사모아에 대한민국을 이전하는 '뉴 코리아 플랜'이 고려되었습니다. 예전에 유대인들의 국가가 우간다, 마다가스카르, 만주 등에 세워질 뻔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비슷하게도 대한민국이 남태평양 어딘가에 있을 뻔 했다는 것입니다.

....까지 보면 참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뉴 코리아 플랜은 미국의 비밀 문서에 담겨 있었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기밀 해제 되면서 알려졌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 문서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한 신문 기사에서 'A Preliminary Study on the Evacuation of ROK Personnel from Korea'라는 문서가 언급되는데, 이 문서가 진짜 있는 문서인지 어디서 읽어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원본 문서는커녕 'New Korea Plan'을 언급하는 영어 웹페이지 하나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자료를 찾다 보면 KBS 로고가 찍혀 있는 캡처본도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신빙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데, 혹시 신빙성 있는 근거를 찾으신 구독자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2. 돼지저금통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저금통은 돈만 잘 담을 수 있으면 되지, 굳이 돼지 모양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저금통을 돼지 모양으로 만든 것일까요? 이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16세기 영국인들이 그릇을 만들 때 Pygg라고 하는 점토를 썼는데, 이를 발음이 유사한 Pig로 오해하여 돼지 모양의 저금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최초의 돼지저금통은 이미 12세기 자바 섬에서 발견됩니다. 동자바 지방의 한 고고학 유적지에서는 멧돼지 모양을 한 저금통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자바 섬은 영국과는 머니까 유럽으로 한정지어보아도, 이미 13세기에 독일에서 돼지저금통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돼지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볼 때 Pygg에서 유래했다는 설은 근거가 약한 것 같습니다.

3. 몇몇 한국 속담들의 유래

위의 돼지저금통 얘기처럼 언어와 관련된 것은 특히나 명확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옛 사람들이 일일이 사전을 만들거나 언어 생활 기록을 친절하게 남겨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측, 가설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속담들의 경우에도 그랬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에는 성차별적 유래가 있다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다홍색은 처녀가 입는 치마의 색으로 기왕이면 처녀가 좋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뜻이 맞는지, 다홍색이 처녀에게만 허락된 색인 건지, 그런 문화가 어느 나라의 문화인지(조선인지, 고려인지, 혹은 중국인지) 명확한 근거가 없고 주장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중국 성어를 번역한 것이라고 하는 말도 있는가 하면 고려에서 원나라에 처녀를 바칠 때 붉은 치마를 입혔다는 말도 있는 등 모두 말이 달라서 애당초 그런 유래가 맞는지부터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코 뜰 새 없다'라는 말에서 눈코가 그물의 눈, 코를 말하는 거라는 재밌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구멍이 났는데 그걸 손 볼 새도 없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근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는 말의 유래도 그렇습니다. 사실은 '날씨가 개다' 할 때의 그 '개-'여서 '여름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잘 개지도 않는다'라는 말이 와전됐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진짜라면 감기 한 번 걸렸다가 개만도 못한 취급에 억울한 분들께는 위안이 될 법하지만, 역시 근거를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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