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간의 갈등이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중동 국가들과 문화적, 종교적으로 이질적이어서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세워졌더라면 어땠을까요? 역사에는 실제로 그런 '만약'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1903년, 영국은 유대인들에게 동아프리카 마우 고원 지역(현재는 케냐 영토)에 국가를 수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우간다 계획(Uganda scheme)'입니다. 러시아에서 '포그롬'이라 불리는 반유대주의 폭동이 일어나는 등 당시 유럽의 유대인들은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동아프리카 지역에 우간다 철도를 건설하는 등 상당한 투자를 하였으나 수익이 따르지 않고 있었는데, 우간다 계획을 통해 유대인들을 인도적으로 도우면서도 그들이 난민이 되어 영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제안이었기 때문에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는데, 결국 1905년 시오니즘 총회는 이 제안을 거부하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은 유대인들을 유럽에서 추방하고자 '마다가스카르 계획'을 구상했습니다. 유대인이 다시 번성하기를 바라지 않았던 나치는 그만큼 척박하고 외딴곳을 고르고자 했고,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가 선택되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을 상대로 해상 장악에 실패하여 이 계획은 좌절되었습니다. 이에 유대인들을 소련으로 이주시키는 대안을 세웠으나, 소련과의 전쟁 장기화로 이 또한 좌절되었습니다. 결국 나치는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그들이 점령한 폴란드 땅에서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맙니다.
신기하게도 일본 제국 또한 유대인을 만주로 이주시키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이 계획은 '복어계획'이라 불리는데, 이누즈카 고레시게 제독이 유대인을 유치하는 일이 일본으로서 매우 득이 되지만 자칫 잘못하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복어 요리에 빗댔던 것에서 유래합니다. 일본은 만주국을 수립한 이후 만주 지역을 개척할 인구와 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음모론에 의해 부풀려진 유대인 조직의 정보망과 자금 능력을 믿고 이들을 유치하고자 했으나 잘 되지 못했고, 실제로 이주해 온 유대인들은 대개 빈곤한 난민들로 일본이 기대한 자본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만약 이 계획들 중 하나라도 실현되었더라면 세계 지도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펼쳐질 역사의 수많은 '만약'들 속에서, 부디 우리가 가장 평화로운 선택만을 해 나가길 바라 봅니다.
더 알아보기
Wikipedia, Uganda Scheme
나무위키, 영국령 우간다 계획
Wikipedia, Madagascar Plan
나무위키, 복어계획
위키피디아, 후구계획
Wikipedia, Proposals for a Jewish state
나무위키, 포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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