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TED 영상(TED가 뭔지 모르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나무위키 링크를 걸어 두겠습니다)으로 토스트기를 혼자 힘으로 밑바닥부터 만들어 보는 영상이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도 제공되는 영상입니다. 발표자는 밑바닥부터 토스트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광산에서 철광석과 구리를 얻어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고생 끝에 그가 결국에 만들어낸 토스트기는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혼자 있을 때는 토스트기 하나 못 만드는 바보들이지만, 머리를 맞대면 우주선을 쏘아 달에 착륙시키는 것도 가능한 존재들입니다. 문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 데 모이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인간은 왜 모여살기 시작했을까요? 던바의 수라는 게 있는데, 인간이 안정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평균 150명 정도라고 합니다. 즉, 원숭이와 겨우 구분될 무렵의 인간 무리는 150명을 넘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이상의 인원이 모여 살기 시작한 데에는 늑대나 코끼리 같은 동물들이 모여 사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한 고전적인 답은 농사였습니다. 수렵, 채집을 하던 시절과는 달리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정착을 했고, 무리가 늘어났고, 늘어난 노동력으로 더 많은 땅을 경작했고, 무리를 더 확장할 필요가 생겨나는 순환이 일어났다는 분석입니다. 농사를 짓고 나서야 잉여 생산물이 생겨났고, 사유 재산 개념이 강화되어, 지배와 피지배의 계층이 생겨난 것이 무리가 커지는 데 도움도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학자들은 이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원시 농업은 수렵, 채집보다 경제적이지 않아서 굳이 농사를 짓겠다고 모여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는 종자도 별로고 화학 비료도, 농사에 대한 이론도 하나도 없었던 데다가 망해서 1년을 통째로 버릴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에 수렵, 채집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반대로 모종의 이유로 사람들이 모이는 게 먼저였고 그 뒤에 농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들이 일단 한 장소에 많이 모이고 나면 수렵, 채집보다는 농사를 짓는 게 면적 대비 생산력을 높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쪽 어느 의견이든 글자가 발명되기 이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를 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튀르키예에서 이에 대한 답이 될지 모를 충격적인 유적이 발굴됩니다. 바로 '괴베클리 테페'입니다.
이 유적에는 동물들이 조각되어 있는 T자 모양 돌기둥이 모여 있습니다. 기둥 하나의 무게가 10~20톤에 달하기 때문에 500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밌는 것은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측정해 보았을 때 이 곳이 기원전 10,000년에서 기원전 8,000년 경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기원전 2,700년 무렵으로 추정되니 말도 안 되게 오랜 세월 전인 것입니다. 이 시기는 원시적인 농업이 이제 시작 될까 말까 하던 시기입니다. 따라서 농사를 짓기 위해 모여 살다가 이런 유적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유적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현재로서 유력한 가설은 종교 시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인류가 모여 살기 시작한 과정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수렵, 채집을 하던 인간들이 자연 현상에 대한 공포 때문이든 풍요를 기원하든 간에, 어떤 종교적인 이유로 한 데 모여 살기 시작합니다. 그 때문에 이런 대규모 유적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사회가 발전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노동력으로 본격적인 농사를 짓습니다. 먹이를 구하는 것이 원동력이 되어 사회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회가 형성되고 먹이를 구하는 방법이 발전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괴베클리 테페는 이제 겨우 10% 남짓 발굴된 수준으로 앞으로 전부 발굴해 내려면 60~70년은 족히 소요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아직은 '이럴지도 모른다'라는 가능성만 제시해 줄 뿐입니다. 하지만 저희 같은 지식 수렵, 채집가들에게는... 어쨌든 재밌는 얘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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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일
선종교 후농사라 재미있네요! 음 저도 상상해봤어요 누우나 버팔로 수백만 마리가 철 따라 이동하잖아요. 그 시절 엄청난 계절성 사냥터가 있어 주요 길목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서로 분쟁조정도 하고, 당근도 하고, 막대한 고기들 훈제 처리도 해야 해서 모이다가 건물도 짓고 건물이 있으니까 1년내내 지내는 사람도 생기고 그러다가 도시가 생겨버린 것 아닐까.. mmorpg의 마을이나 사냥터 통제도 생각나고요
페퍼노트
재밌는 상상이네요! 하지만 이동하는 동물을 기반으로 형성된 경제 공동체라면 동물의 이동을 따라 계속해서 유목을 하느라 처음 한 곳에 정착할 유인이 안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황하를 중심으로 정주 문명이 발전하는 동안 북쪽의 유목민들은 계절에 따라 가축들을 이동시키며 살았다고 하니까요.
빔일
아 그렇군요 동물 따라 다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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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
토스트 혼자 힘으로 만들기 영상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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