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다 더 멍청해졌다는 느낌이 들 때에야 우리는 진실로 복합적인 인생의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인생에서 겪는 변화에, 산전수전에서 얻는 지혜에, 낙담했을 때나 무력감을 느낄 때 남들이 대처하는 방법들에 관심이 간다.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러면 대수나 추상 관념의 푸른빛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이 눈에 보인다.-니컬슨 베이커, [구두끈은, 왜?]
'문제'는, '문제'라고 여기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길 조짐을 인식하고서 건강 검진을 받는다거나, 보험에 들거나,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죠.
검지의 손톱 끝이 살짝 부러졌다든지 하는, 미세하게나마 문제가 생겼음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잘못을 발견할 수도, 바로잡을 수도 없습니다.
문제를 예측하는 일은, 우리가 생존을 유지함에 있어 중요한 능력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앞으로 닥칠 위험 요소를 모두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최선의 대비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찾아오면 꼭 무력감까진 아니더라도,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텐데요.
그나마 이건 나쁘지 않은 케이스입니다.
어쨌든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니까요.
우리가 진짜 무력감을 떨치기 힘든 경우는, 이전에도 유사한 일을 겪어 해결할 방법을 알고 행했음에도 상황이 변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정말 앞서 인용한 문장에서처럼, 전보다 스스로가 더 멍청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곤 하죠.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해답'이, 스스로에게 기대했던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이니까요.
즉, 무력감은 자신이 찾은 답에 대한 신뢰와 비례하여 찾아오는 감정인 겁니다.
신뢰가 단단할수록, 자신이 부여한 믿음에 착오가 있었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죠.
그렇지만 우리가 자꾸 놓치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으니,
우리가 찾은 답이 아무리 고생해서 얻은 답이라 할지라도 현재 닥친 상황에 맞는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간과하는 태도입니다.
사람 간에도 많이 닮을 수는 있지만 완벽히 똑같은 사람은 없는 것처럼,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론 유사해 보여도 늘 저번과는 다른 변수를 갖게 되죠.
그런데 어떻게 어제의 답이 오늘의 답이 될 수 있을까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방법이란 게 있는 것이죠.
게다가, 내가 얻은 답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전혀 아닐 수도 있고 말이죠.
우리가 끊임없이 다른 가능성들에 마음을 열고,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보다 더 멍청해진 것 같다고 해서 진짜 멍청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요.
나이를 불문하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들 하죠.
배움에 끝이 없다는 건 사람이, 세상이 가변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익숙함만 고집하기보다 늘 새로움에 눈을 둘 수 있어야 하죠.
이 배움의 자세를 견지하고 살아간다면, 문제가 찾아오더라도
그게 단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찾아오는 고비가 아닌 새롭게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일종의 신호쯤으로 여기게 될 겁니다.
문제라는 건 우리가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요.
누구나 낯선 상황에 맞는 낯선 방식을 배워가다 보면, 내가 몰랐던 세상, 내가 몰랐던 생각이 깨어나면서
나의 시야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총체적으로는, 또 다른 나를 알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보자면 우리의 삶은 배움의 장이면서도 무한한 나를 만나는 여정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낯선 일들을 마주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갑니다.
이 알아가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골칫거리로, 또 누군가에게는 배움의 기회로 다가올 수 있겠지요.
여러분은 이 앎의 여정을 어떤 마인드로 참여하고 싶으신가요?
만일 그동안 가져왔던 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싶다면,
익숙함으로부터 탈피해 나의 숨겨진 가능성을, 몰랐던 세상을 만나고 싶다면
어깨에 힘을 빼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세상의 모든 일들은 나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발생하는 일일뿐입니다.
알아가야 할 것들로 넘치는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한 진실은
경험의 주체인 우리 자신에 대해 여전히 알아야 할 게 많다는 것입니다.
이 앎의 여정은 오직 여러분 자신을 위해 주어진 것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