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몸과 마음이 없다고 잠시 상상해 보자.
몸을 없애라.
마음을 없애라.
이름을 없애라.
지나온 삶을, 과거 전체를 없애라.
모든 기억과 믿음, 생각을 없애라.
그리고 무엇이 남아있는지 주목하라.
남아있는 것은 오직 알아차림뿐이다.-론다 번, [위대한 시크릿]
위에 소개된 내용대로 따라해 보셨나요?
여러분은 하나씩 하나씩
'자신'을 이루고 있는 모든 걸 없애나가셨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사라지지 않았지요.
기억과 감각은 모두 사라졌지만
빈 바탕에 어떤 의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셨을 겁니다.
혹은, 어떤 관찰자의 시선만이 남았음을 느끼셨을 겁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품어온 인생의 거대한 오해는,
그 어떤 오해보다도 큰 오해는
우리의 몸이, 정체성이, 기억이, 마음이, 생각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몸이 과거의 몸과 같나요?
지금의 정체성이 과거의 정체성과 같나요?
지금의 신념이 과거의 신념과 같나요?
일주일 전에 느낀 감정이 오늘의 감정과 같나요?
우리는 현재 지각하고 있는 나를 진짜 '나'라고 여기지만,
우리를 이루고 있는 건 계속하여 변화합니다.
이 변화하는 모습이, 흡사 연극에 참여하는 배우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결같이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으니
그게 바로 아까 전 '자신'을 없애는 과정에서 느꼈던
'알아차림'입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않는 한,
몸은 스스로 자신이 몸임을 알 수 없으며
감정은 스스로 감정임을 알 수 없으며
생각은 스스로 생각임을 알 수 없습니다.
알아차림 없이는 그 무엇도 주체적으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시각기관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망원경은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천문학자 없이는 무용하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마음이라는 기관 역시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프란시스 루실, [침묵의 향기]
망원경은 멀리까지 내다보는 탁월한 기능을 가진 도구이지만
들여다보는 관찰자 없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입니다.
생각과 마음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인식하는 주체 없이는 그 자체로 아무것도 드러내지 못하죠.
마음을 이루고 있는 감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슬픔은 스스로 어떻게 슬픔임을 알 수 있을까요?
분노는요? 기쁨은요? 수치심은요?
언제나 그 모든 걸 관찰하는 주인은 '알아차림'입니다.
이 알아차림을 알아차리는 게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비로소 '나'를 되찾고
인생의 온갖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몸이, 생각이, 감정이 '나'라고 착각하여
주인의 권한을 넘겨주고
겪지 않아도 될 부정적 감정들로 삶을 괴롭혀왔습니다.
생각을 바꾸겠다고, 감정을 해소하겠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그걸 '자신과의 싸움'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사실 진정한 '나'는 따로 있었던 것인데 말이죠.
내가 아닌 것과 싸워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은
도로에 쌩쌩 지나치는 차들과도 같습니다.
그저 지나가게 내버려두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을 붙잡고 세워둔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그 부정적인 생각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에 부정적인 감정이 따라올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짜증을 느낀다면, 그 짜증을 유발하는 생각을 붙잡았기 때문이며
우울감을 느낀다면, 우울감을 유발하는 생각을 붙잡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각을 붙잡고 감정을 일으키는 그 모든 과정은,
우리 '자신'이 애써 자초한 일입니다.
내버려둔다면 아무런 힘이 들 필요가 없는데
굳이 힘을 들여 붙잡았으니
그토록 진이 빠지는 겁니다.
도로가 지나치는 차들을 바라보듯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차림'으로 관찰해 보세요.
그러다보면
여러분은 진정한 자신의 실체를 알게 되실 겁니다.
우리의 본성은 텅 비어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완전하고 편안하다는 것을요.
행복은 애써 찾아야 하는 특별한 게 아니라
알아차림의 자세로 그저 내버려둘 때
저절로 드러나는 본성일 뿐이라는 것을요.
"사람 안에는 사람이 없다."
-샥티 카테리나 마기
우리는 유한한 육신을 지닌 사람,
일평생 극기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나약한 존재,
인생이라는 격랑 속에 내던져진 운명이 아닙니다.
유한해보이는 현상 바깥,
무한한 배경과도 같이 자리한 알아차림이
여러분의 참 모습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은 분명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진실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다고들 하지만,
진실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통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생길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주인이자, 알아차림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인이자, 알아차림입니다.
알아차림의 눈으로 본다면
우리는 모두 무한하고 완전한 '하나'입니다.
우리는 하나여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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