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디자인 이야기

찬 물을 끼얹는 걸까봐 걱정돼

해냈다는 성취감, 기록 향상이 주는 만족감은 습관을 만들지 않는다

2025.08.05 | 조회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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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의 습관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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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님! 저 오늘은 운동장 한 바퀴를 9분만에 뛰었어요! 내일은 8분대도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뛸 때와 뛰고 나서의 느낌은 어떠세요?”

“뛸 때는 종아리도 너무 아프고 숨도 차고 심장도 아파요. 뛰고 나서는 그냥 너무 힘들어요.”

“뛰고 나서 30분 뒤의 느낌은 어떤가요? 에너지가 좀 생기나요?”

“아니요, 피곤해 죽을 것 같아요.”

습관 기록 속에서 발견한 문제점

습관 디자인 1주일 차, 지현은 꾸준히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습관 기록에는 ‘해냈다’는 성취감과 기록 향상에 따른 만족감은 있었지만, 달리기 자체에서 오는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숫자에 집중하면 오히려 습관 형성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를 할 때 매일 체중계에 오르지 말라고 하듯, 숫자에 집착하면 오히려 습관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목표 달성에서 숫자는 효율적일지 모르나 습관 형성에서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행동 자체의 만족감

기록이 꾸준히 발전하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체기도 오고 컨디션에 따라 기록이 나빠질 수도 있다. 록에서 오는 만족감에만 집중하면 기록이 나빠질 때 달리기 자체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고, 결국 습관 자체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지현의 경우 달리는 동안 괴로움밖에 느끼지 못했고, 행동 후에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의 의지력과 동기가 약해졌을 때 흔들리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대로는 달리기가 습관이 되기 어렵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기록 갱신에 기뻐하는 지현의 모습에 차마 찬물을 끼얹을 수 없었다.

위기가 찾아오다

결국 나는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기록 향상의 기쁨이 사라지고 습관 유지가 어려워지는 순간이 올 때 개입하기로 다짐했다. 그 순간은 머지않아 찾아왔다.

지현으로부터 습관 기록이 도착했다.

“오늘은 퇴근 후 운동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도착해 현관 앞에 준비해놓은 러닝복을 보니 ‘오늘은 너무 피곤한데 쉴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걸 억지로 하다보면, 어느 순간 완전히 끊어지는 때가 찾아온다. ‘힘들어서 못 하겠어. 나 하기 싫어.’라는 순간이 바로 그때다.

몸의 신호에 집중하기

지난번 미리 써놓고 보내지 않았던 피드백을 지현에게 전했다. 기록보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고, 조금 더 느리게, 뛰는 동안 너무 힘들지 않도록, 뛰고 난 후에도 지나친 피로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달려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100명 가까운 사람들의 습관을 디자인하고 분석한 결과, 성취감이나 기록 향상에서 얻는 만족감만으로는 장기적인 습관 형성에 한계가 있었다. 초반에는 강한 원동력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습관 유지에 독이 되곤 했다.

습관 형성의 진짜 핵심은 행동 자체에서 느끼는 기분 좋음이다. 나에게 맞는 방식과 난이도를 찾아, 힘들지 않으면서도 만족감을 주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숫자가 아닌 나의 '느낌'에 집중해야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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