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렌의 습관레터 구독자 여러분! 2주간의 짧은 휴식 끝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화요일 아침 6시마다 오던 뉴스레터가 오지 않으니 허전함을 느끼신 분들도 계셨을까요?
오늘은 습관 형성에 효과적인 마음가짐, “Just do it”이 아닌 “Do it differently, 다르게 하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
“Just do it.” 나이키의 이 문장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1988년에 시작된 이 슬로건은, 20살의 제게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나이키 운동화를 신으면 마치 “힘들어도 그냥 하는 강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죠.(솔직히 말하자면, 빈지노의 노래 ‘Nike Shoes’의 영향도 꽤 컸습니다.)

이 “그냥 해”라는 말은 시작을 망설일 때나 도전의 순간에는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습관을 만들 때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Just do it”의 함정
스레드를 하다보면 이런 문장을 자주 봅니다.
“꾸준히 하려면 그냥 해야 한다.”
“하기 싫어도 그냥 해.”
이 말은 첫 시작만 어렵거나, 잘하다가 한 번 찾아오는 위기의 순간에는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스레드에 글을 써보고 싶은데 망설여질 때가 있죠. 그럴 땐 깊이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한 번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가볍게 써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첫 시작이 어려운 경우에는 “일단 그냥 해봐”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평소 달리기를 즐기지만, 어느 아침, 갑자기 달리기 싫은 마음이 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뛰자”하고 나가면 몇 분 뒤에는 뛰기 싫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달리기의 즐거움만 남을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는 “Just do it”이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몇 번을 해도 하기 싫은 마음이 계속 드는 경우에 이 마인드는 독이 될 수 있어요.
왜 “그냥 하는 것”이 위험할까?
1. 하기 싫음 = 행동으로 연결됩니다.
하기 싫은 감정을 계속 무시하고 행동하면, 뇌는 ‘이 행동 = 불쾌함’으로 학습합니다. 예를 들어 헬스가 너무 싫은데 억지로 PT를 나가면, 운동할수록 운동이 더 싫어지는 악순환이 생기죠.
2. 반복할수록 에너지가 더 많이 듭니다.
‘하기 싫다’는 선입견이 강해질 수록, 그 행동을 시작하기 위한 의지력이 점점 더 필요합니다. 결국 의지력이 고갈되어,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다른 일에서도 자기조절이 어려워집니다.
Just do it보다, Do it differently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습관을 대해야 할까요? 답은 “Do it differently 다르게 하기”입니다.
하기 싫다는 마음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행동의 설계 중 무언가가 나와 맞지 않다는 신호예요. 행동 자체가 맞지 않을 수도, 행동을 하는 장소나 상황이 불편할 수도, 행동을 막는 방해물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 신호를 무시하고 그냥 하는 건, 마치 눈앞의 돌부리를 치우지 않고 계속 걸려 넘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선택지는 둘 중 하나입니다.
- 계속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것인가,
- 아니면 돌부리를 치우는데 에너지를 투자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습관 디자인은 후자를 택합니다.
어떻게 다르게 하지? - 달리기 습관
달리기 습관에 위기가 온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매일 아침 달릴 생각에 설렜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거라 생각하고 "그냥" 뛰어봤어요.
그런데 일주일 내내 달리기가 별로 즐겁지 않고, 뛰기 싫다는 마음이 점차 커지더라고요. "갑자기 달리기가 싫어질 수 있다고?” 저 스스로의 감정이 당황스러웠어요.
이유를 찾아보니 “추위”였습니다. “추위 싫어!”가 “달리기 싫어!”로 연결되었더라고요. 그때 “Just do it”의 마음가짐으로 “뛰기 싫어도 그냥 뛰어!”를 외쳤다면, 아마 점점 더 싫어져서 지금쯤 달리기를 그만 두었을 거예요.
“그냥 뛰어” 대신 저는 다른 마음가짐을 택했습니다. “어떻게 다르게 하면 추위가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첫 시도는 시간대를 변경하는 거였어요. “아침이 너무 춥다면, 오후에 뛰면 어떨까?” 그런데 막상 오후에 뛰어보니 아침에 뛰는 것이 제 루틴과 컨디션에 더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또 다른 시도를 해봅니다. “패딩을 입고 뛰어보면 어떨까?” 패딩을 입고 뛰니 덥고 불편했어요. 그래서 또 다르게 해봤습니다. 패딩을 입고 1km만 워밍업으로 달린 뒤, 패딩을 벗어두고 나머지를 뛰기로요. 여러 시도 끝에 저는 추위 문제를 해결하고 달리기 습관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꾸준함이 쉬워지는 마음가짐
마케팅 서적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옵션이 하나면 ‘살까 말까’를 고민하지만, 옵션이 셋이면 ‘무엇을 살까’를 고민한다.”
습관도 똑같습니다.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해’라고 정해두면, 우리의 선택지는 ‘할까 말까’뿐입니다. 하지만 “Do it differently 다르게 하기”의 마음가짐에서는 “어떻게 할까?”가 중심이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습관을 지속하게 만듭니다.
꾸준히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행동이 있나요? “하기 싫어도 그냥 해!” 대신 오늘은 “어떻게 다르게 하면 더 쉽게 할 수 있을까?” 다르게 해보기를 고민해보세요. 나에게 맞는 습관 디자인을 찾을 수 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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