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편지 - How are you?

2025.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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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킴의 생존 레시피

K-직장인에서 미국 박사과정으로, 살아남고 살아가는 이야기

옆옆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발행이 늦어졌다. 

도서관에 내내 있다 집에서 밥을 먹고 오려했는데 아파트에 소방차가 두 대 와있었다. 이전에도 화재알람이 울리는 일이 종종 있었어서 별 일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차가 진입하기가 어려워서 코스트코에서 물을 사왔다. 그 사이 옆집에 사는 한국인 분들의 연락으로 우리 층 복도에 연기가 났다고 들었다. 다행히 냄새가 좀 나는 것 외에는 괜찮았지만 집밖에서 화재알람이 꺼지고 소방차가 철수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또 한 시간이 금방 지나버렸고, 결국 다시 도서관 오는 길에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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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연구자로서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데 이 프로그램에 비슷한 연구 주제를 가진 학생이 없다보니 다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영어부터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까지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없는 부족한 점만 눈에 보였다. A4용지 위에 연구 방향성, 내가 다루는 것과 다루지 않는 것들을 적어서 정리해봤다. 한결 나았다. 

연구라는 업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6 가게에서 일할 그릇 100개를 쌓아놓고 그게 팔리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이에 반해 박사과정과 연구는 가시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다. 앉아서 계속 읽는다고 오늘 뭔가를 해낸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뜻하지 않은 순간에 성장을 맞이하게 된다. 원래 그런 일이라고 정의하고 나니 '지금'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중학생 때 수학학원에서 만난 친구가 있다. 그 이후로 본 적은 없지만 친구가 이번에 미국에서 교수님이 되어 하는 강연을 찾아들었다. 덕분에 내게 주어진 5 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박사과정 속에도 삶이 있다는 말이 좋았고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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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이니 이제 미국에 온 지 두 달, 개강한 지 한 달이 다 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토요일, 홀푸드 주차장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메일함에 사적인 이야기를 남기는 건 적절하지 않을 듯하여 그 내용은 메모장에 구깃구깃 접어두었다. 게다가 지금 이 시점에 우는 건 사치지. 가라앉은 마음은 세차게 내리는 비와 수영장의 락스 냄새 가득한 물에 흘려보냈다. 

How are you? I'm good, thanks. 

매일 하루에 다섯 번은 입꼬리를 올리며 good이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진짜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안부인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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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고 싶고, 강해지고 또 자유롭고 싶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 나를 믿고 자신감 있게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이 너무 좋다고, 난 내가 너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부디!

 

월요일을 3시간 남겨두고,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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