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조이,
이번주에는 네 이름을 빌려 편지를 써볼게. 너가 궁금해하던 애플 프리터를 오늘 한 번 더 먹었거든. 오늘은 사과가 세 조각밖에 안 씹혀서 튀긴 도넛의 맛이 더 강했어. 사과의 산미가 밸런스를 맞춰줘야하는데 말야. 서울에도 애플 프리터를 파는 곳이 있다면 같이 가보자.

뉴욕여행의 업보를 청산하기 위해 일주일이 정말 금방 지나갔거든? 대단한 사건은 당연히 없었는데 아무 사건도 없이 내 자존감이 이상하게 박살이 나버린 거야. 그래서 수리한다고 에너지 좀 썼어.
넌 나만큼이나 잘 알지, 결국 우리 마음은 우리가 달래줘야되는 거.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는데 하나는 방 구조 바꾸기야. 이젠 우리 동네도 가을이 떠날랑 말랑 해서 잘 때는 창가에서 찬 바람이 들어오거든. 내친 김에 거의 세 달을 미뤄뒀던 철제 수납함도 마저 조립하고 청소를 아주 싹싹했어. 그리고 절제와 충동의 줄타기를 하기도 했어. 그저께였나, 밤 열 시 반에 운동을 하다 자정까지 하는 마트에 가보고 싶은 거야. MBTI가 진짜 바뀐 게 맞는지, 그 길로 15분을 운전해서 장을 보러 갔어. 우습지만 그땐 좀 어른된 것 같고 자유로운 것 같고 기분 좋더라. 대신 술은 안 샀어. 딱히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는데 마셔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아서 뭐라도 절제를 해보려고. 다행히 여기는 스파클링 음료 종류가 많아서 대충 이게 맥주라고 생각하면서 마시고 있어.
오랜만에 활자가 고프길래 내가 가져온 책 중에 가장 얇은 책을 골랐어. 우리집 책장에 꽂혀있던 <자기만의 방>이야. 밑줄과 포스트잇이 있던데 엄마나 아빠가 읽다 말았나봐. 그 책을 들고 목요일에는 Belle이라는 베이커리에 갔고, 오늘은 도넛 가게에 갔어. 여성들에게 필요한 창작의 최소 조건으로 자기만의 방과 매년 500 파운드의 소득이라는 이야기.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난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약간의 해방감이 느껴졌어. 내 잡생각을 끄적거리고 책 한 권을 들고 갈 정도의 카페.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빵 하나를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생각에. 할 게 있어도 없어도 일단 카페라는 공간을 가고 보는 우리가 생각나기도 했고. 우리 또 독서 모임을 한다면 이 책을 같이 읽어보자.

벌써 계획보다 시간이 늦어져서 초조한 마음으로 쓰고 있어. 내가 늘 누가 읽겠어, 그냥 쓰는 거지 라고 말하면 너는 아니라고, 출근하면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지. 사실 너의 그 궁금함이 내게는 참 고맙고 어쩌면 내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더라고. 우리는 모두 선택적 관심종자인데 누가 내 하루와 안부를 궁금해해주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어디있겠어. 네 글도 오랜만에 읽고 싶어. 올해가 가기 전에 하나 써줘.
아, 너가 재밌어 할 만한 얘기도 하나 해줄게. 난 요즘 JYP에 빠져있어. 그 아저씨 JYP 말고 JYP 출신의 또다른 박진영 씨가 있거든? 요즘 내 유튜브 피드에 도배되어있는데 존박은 이제 딸도 있으니까 이상형을 바꿔야겠어. 너의 십 수년 이상형이 윤두준 씨인 것처럼 난 앞으로 박진영 씨를 좀 파볼게^^
우리 돗자리 펴고 주제 없이 떠들 날을 기다릴게,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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