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ich,
너는 시드니에서, 나는 버지니아에서 날아와 뉴욕여행을 하게 되다니.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ECC 건물에서 팔짱을 끼며 “언니, 난 만으로 열아홉이야!”라고 해맑게 말하던 순간이 아직까지도 종종 떠올라. 이번에는 만 스물 아홉이 된 너와 뉴욕 거리를 쏘다녔으니 이 추억은 앞으로 십 년 동안 또 우려먹을래.
쇼핑몰을 거니는 시간 대신 한 시간씩 장을 보며 쌓은 나의 잔지식이 Whole Foods, Trader Joe’s, Target에서 쓰이다니. 늘 혼자 다니던 곳을 같이 가보니 더 재밌더라. Clearance 코너에서 득템의 재미까지 함께 만끽할 수 있어 좋았어.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같이 드라이브를 가보고 싶어서 차를 빌렸던 건데, 단풍 구경도 하고 덤으로 Hoboken이라는 새로운 동네를 알게 되었으니 잘한 일 같아. 올해 아폴로 베이글만 다섯 번 먹은 나를 따라서 토마토 베이글의 참맛을 알아봐줄 때도 뿌듯했고. 북창동 순두부와 LA 갈비를 간절히 바란 나와 함께 줄을 서준 덕에 난 당분간 한식 생각이 안 날 거야.

와인도, 위스키도, 칵테일도 마실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결국 3박 4일 내내 우리가 마신 건 맥주 한 잔 뿐이지만 고민을 나눈 그 시간이 나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어. 고민하며 사는 건 어느 과거를 돌려봐도 똑같지만 적어도 2 년 전 여의도에서 각자 울었던 이유와는 다른 문제를 붙들고 있다는 게 난 좋았어.

3 년 전, 1 년 뒤의 내게 편지를 쓴 걸 발견했는데 거기서도 난 새 문제를 바라고 있었더라고.
“1 년 뒤면 또 차가운 겨울을 앞두고 있겠지. 너는 겨울에 태어났지만 겨울을 좋아하지 않아. 부디 그때의 너는 지금의 나보다 덜 혼란하기를.
만약 지금과 똑같은 고민을 너가 여전히 붙들고 있다면 얼마나 좌절스러울까. 인생에 문제는 끝이 없다지만 적어도 새 문제가 주어지는 게 너에겐 더 나을텐데.”
이제는 둘 다 Polo나 명품 아울렛보다 Gap 방앗간을 더 즐거워하는 학생이 되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꽤 괜찮은 듯해. 게다가 우리가 회사 다닐 때 십 만 원씩 모아뒀던 돈, 뉴욕에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과거의 우리가 지금의 우리를 재워주고 먹여준 걸로 하자.
어디서든 또 만나,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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