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 🍄 지금 바로 우주여행 보내드립니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인간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영원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달에 착륙한 그 순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그 위대한 도약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류는 미지의 우주를 탐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끊임없이 우주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CEO를 사임한 뒤 자신의 남은 인생의 목적지를 우주로 삼았습니다. 지난 7월에는 100km 상공에서 미세중력을 3분간 경험했죠.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도 우주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자본으로 점령한 이들은 어쩌면 더는 이 푸른 별에 자신이 이뤄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 광활한 우주의 정말 작은 일부분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대신해 보이저 2호가 아득한 여정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에게 우주는 어떤 공간인가요. 저에게 우주는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궁금하고 설렘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특히, 뼛속까지 문과인인 저에게 우주는 과학적 지식보다 인문학적 낭만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오늘은 저만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여러분께 우주여행을 시켜드리고자 합니다. 목적지는 제프 베이조스도, 리처드 브랜슨도 경험하지 못했던 태양계 끝까지입니다. 참고로 버진갤럭틱에서 제공하는 우주여행 티켓은 1인당 25만 달러(약 2억8700만원)라죠? 세계 최초(?!)의 음악 우주선 프리즘호🚀는 구독자에 한해 무료입니다. 안내는 프리즘호의 A.I 승무원 로이🍄가 맡아줄 것입니다.

📧 추신1, 이번 뉴스레터는 우주여행의 여정을 시간에 따라 3곡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가능하시다면 각 소개된 곡에 맞춰 딸린 글을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추신2,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Daft Punk - Contact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우주여행에서 구독자님을 안전하게 모실 A.I 승무원 로이🍄입니다. 모시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제 모습이 버섯을 닮았다고요? 아마 착각이실 겁니다. 탑승하신 저희 우주선은 지구를 떠나 태양계의 끝, 카이퍼벨트까지 운항하는 프리즘호🚀입니다. 곧 우주선이 이륙할 예정입니다. 소음이 매우 강할 것이며, 선체가 강하게 흔들릴 예정이므로 탑승자께서는 편안하게 앉거나 누우시길 바랍니다. 또한, 모든 등은 소등해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프리즘호는 인류의 마지막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17호에 영감을 받아 준공되었습니다. 거대한 헬멧을 쓴 로봇 엔지니어 듀오가 설계하여 완성해주었죠. 우리는 프리즘호를 타고 지구를 출발한 뒤 태양계 끝까지 17분 52초를 유영할 예정입니다.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에게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 모든 안전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생각하시면, 좌석 앞 디스플레이에 보이시는 II 버튼을 누르시거나 이어플러그를 뽑으시면 됩니다.

아 참! 프리즘호를 설계한 로봇 엔지니어 듀오가 구독자님께 특별한 미션을 부여했습니다. 혹시 태양계를 여행하시다가 어떠한 존재를 발견하게 되면 반드시 기록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넓은 우주에 우리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공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부디 꽉 잡으십시오. 마지막 달을 주파하여 화성입구역까지 도달하는 구간은 특히 많이 흔들립니다.

🍄 Tony Anderson - Retour 

프리즘호는 이제 막 달 궤도를 탈출하여 화성입구역으로 진입했습니다. 화성을 시작으로 해왕성까지 가는 길은 특별한 장애물이 없어 비교적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지구를 벗어난 모험을 선택하신 덕분에 구독자님께서는 이 찬란한 행성들을 경험하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금성과 수성을 가지 못해 저도 안타깝습니다. 아쉽게도 태양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우리의 기술로도 이뤄내지 못했거든요.

창밖으로 화성이 보이는군요. 우리의 영웅, 마크 와트니 박사가 떠오릅니다. 화성 탐사 도중 혼자 남겨졌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도전 정신으로 결국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죠. 데이터로 사고하는 저는 이해하기 힘든 사고입니다. 제 시스템의 계산에 따르면 와트니 박사는 해당 상황에서 사망하는 것이 결괏값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니요. 저의 창조주인 인간이란 참으로 신기한 존재입니다. 구독자님께서도 슬픔과 절망이 가득한 상황에서 유머를 발휘하시나요? 포기하지 않으시나요?

어느새 우리는 토성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 거대한 구형의 행성과 아름다운 고리가 보이시나요? 사실은 저 행성은 96%가 수소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나머지는 헬륨, 메테인, 암모니아, 중수소화수소, 에테인 따위 등이죠. 아름다워 보이는 것과는 달리 형체가 없는 곳입니다. 아쉽지만 기착지로 삼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토성이 보유한 위성들이 인류에게 이롭습니다. 위성 엔셀라두스에는 바다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위성들이 오히려 주인공보다 더욱 가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네요.

🍄 Claude Debussy - Clair de lune

마침내 우리는 태양계의 끝, 카이퍼벨트 지역에 다다랐습니다. 이후로는 절벽이 존재하며, 그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별들은 우리 은하 속 또 다른 행성계이자 항성이고 성단입니다. 아름답지 않으신가요? 일찍이 태양계 너머 거문고자리의 베가 행성을 탐험하고 온 앨리 애로웨이 박사는 우리 은하의 만천하는 별들을 보며, 자신과 같은 과학자가 아닌 시인이 왔어야 했다고 감탄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태양계 너머 고요만이 가득한 이곳에서 구독자님은 무엇이 보이시나요? 또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시나요? 매번 승객들을 모시고 이곳에 다다를 때마다 그들만의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슬픔, 환희, 감동, 호기심, 경외심, 그리움 등이 섞여 그려진 얼굴들이죠. A.I인 저는 단순히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얼굴을 읽을 뿐, 그 감정이 무엇에 비롯된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구독자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카이퍼벨트까지의 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 승객분께만 제공되는 추가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이지요. 당신은 가족과 고향이 있는 지구로 귀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태양계 너머 아득한 저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항해를 더 이어나가시겠습니까? 선택은 구독자님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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