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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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넘긴 나이에 친구 아들이 사는 먼 타국의 어느 골목에서 마주친 낯선 한국 아재들에게 주저 없이 다가가 멕시코 말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의 후박(厚朴)한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너한테는 별거 아닐 수 있는데, 나한테는 이 거리가 마치 마법 같아." 그리고, 이어진 다음 말에서는 기어이 맺혔던 눈물이 흘렀다. "영화를 보면 닿을 수 없는 그런 곳들이 나오잖아. 영화를 보면 만져보고 싶은 장면들이 있어. 내가 지금 그런 곳에 있어." 그는 한 손을 뻗으며 그 순간 자신이 내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감정을 친구 아들에게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뻗었던 손으로 가슴을 짚으며 말했다. "아, 너무 굉장하다. 믿을 수가 없어. 마치 꿈만 같아." 보기에 특별할 것 없는 밤거리, 심지어 낡고 오래되어 쇠락해 보이기까지 하는 낙원상가 뒷골목 밤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서서 멋지다며 진심으로 감탄하는 그들에게서 뭉클함을 느낀 건 내 지나친 감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날마다 오가는 거리, 늘 봐 오던 골목 풍경, 새로울 것 없는 공기, 꼭 그렇게 맨날 보던 가족·이웃·동료·사람·사람들···. 그 속에서 감흥 없이 무덤덤한 태도로 그저 바쁘게만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행복과 점점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 속에 스며 있는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줄 모른다면, 불만과 불평만이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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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이 옹졸해질 때가 있다. 치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이유 없이 울적해지기도 한다.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마음에 휘둘릴 때면 고래 영상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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