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만의 사적인 아틀란티스』 정승민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싶고, 삶의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싶은 걸까? 과연 나는 리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고,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즈니스가 탄생하기도 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찾아내기도 한다. 평생을 바쳐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다.
아주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어릴 때 하는 여행은 어차피 기억 못하니까 갈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아주 작은 경험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모이면 매 순간이 우리의 삶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가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바로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계획을 잠시 잊기로 했다.
리사가 빠르게 커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 삶은 온도와 밀도가 매우 높다. 삶이 유한하듯 우리의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나와 함께하는 사람,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정말 뜨겁게 진심으로 살아내려 한다. 나를 또는 우리를 더 깊이 알아가려 애쓰고,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우려 한다. 이것이 나를 위해서도, 혹은 타인을 위해서도 진정한 사랑일 거라 믿으며.
할머니는 하트 모양 도자기를 잘 포장한 후 종이 봉투에 소중히 담아주었다. 종이봉투에는 "Il dolce far niente (일 돌체 파르 니엔테)!"라고 적어주었다.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달콤함'이라는 뜻. 이를테면 '게을러지자!'라는 의미인데, 이곳 사람들은 기온이 많이 올라가는 여름이면 종종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했다.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고 지금을 그냥 즐기며 가만히 있으면 아이들은 여름이 키워줄 거라고.
문득 예전에 보았던 어느 일본 제과회사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작은 네가 올해의 여름을 잊어버려도 괜찮아. 엄마가 계속 기억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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