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공부의 위로> 곽아람
- 뇌가 아직 유연하고 젊음의 가소성이 최고치에 다다라 공부가 쉬이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던 시절, 공부가 남긴 흔적에 대한 이야기.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으면 헛되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대학 시절의 공부는 잊히는 과정에서 정신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 졸업 후 이어질 고단한 밥벌이의 나날에 자그마한 위로가 될 싹이 움튼다. 그것이 공부의 진정한 쓸모라고 생각한다.
- 인문교양의 힘이란 남과 같은 것을 보면서도 뻔하지 않은 또 다른 세계를 품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 아닐까? 대학 교양 수업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단편적이라기에는 무척 체계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업을 통해 엄청난 지식을 쌓는 걸 기대할 수는 없다. 수업 시간에 습득한 것들은 젊은 날 잠깐 머릿속에 자리했다 세월이 지나면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렇지만 싹은 물 준 것을 결코 잊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고 했다. 식견(識見)이란 지식을 투입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추수 끝난 논에 남은 벼 그루터기 같은 흔적에서 돋아난다.
-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 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Es irrt der Mensch, solang’er strebt.)”라는 문장은 수업을 들은 많은 이들에게 삶의 모토가 되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 말이 될 것이라고 선생님은 일러주었다.
- 인간은 자주 착각하고, 착각을 진실로 믿어 가끔씩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착각에서 깨어나 슬퍼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착각한다. 착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인간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나 자신이 조직의 부품에 불과한 것만 같을 때, 부품인 주제에 쓸모라곤 없는 것 같을 때, 그래서 비참하여 마음이 괴로울 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건 내가 떠난 지 오래된, 그저 ‘잉여’에 불과하다 여겼던 그 공부의 세계였다.
# 누리호, 머스크가 우주 저궤도에 꽂힌 이유
누리호가 날아간 상공 700km는 지구 궤도 가운데 ' 저궤도'에 속합니다. 저궤도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제프 베이조스 블루 오리진 CEO 등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우주 공간입니다.
저궤도가 최근 각광 받은 건 우주 로켓 재활용 기술 덕분입니다. 재활용 로켓 등장 이후 활발해진 게 우주인터넷 사업입니다. 우주인터넷은 저궤도에 작은 위성 수천~수만 대를 띄워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겁니다. 기존 인터넷망은 지역에 따라 서비스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우주인터넷은 위치와 관계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저궤도는 지구에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어 우주 관광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의 업체들이 상공 100km 정도에서 우주 관광 시험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버진 갤럭틱은 현재 우주 관광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 말 첫 번째 우주 관광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저궤도에는 우주탐사 핵심 시설인 ' 우주정거장'이 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030년 국제우주정거장을 퇴역시키고, 우주정거장 사업을 민간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액시엄 스페이스, 보잉, 블루 오리진 등 민간 업체들이 저궤도에 다양한 우주정거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저궤도에서 진행될 인류의 우주 산업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도 저궤도 시장 진출에 첫 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