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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Voltaire)는 “형용사란 명사의 적이다. 다시 말하면 본질의 적”이라고 단언한다.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수식어에 더 적대적이어서 “수식어로 포장된 길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극언을 퍼붓는다.
독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수식어를 향해 독설을 날리지 않았을 리 없다. “수식어가 떠오른다면 그것을 죽여라. 수식어를 모두 죽이고 나면 그 나머지 말들이 비로소 가치 있게 될 것”이라며 수식어에 치를 떤다.
이들은 모두 현란한 수식어를 동원할수록 말과 글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한다. 지나친 양념은 훌륭한 재료까지 망쳐버린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헝가리 귀족 출신 알마시가 사막에 매혹된 것은 사막에는 수식어가 필요없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사막에는 시원한 사막이나 뜨거운 사막, 좋은 사막, 나쁜 사막이 따로 없다. 똑같은 사막일 뿐이다. 사막에 경계를 치고 다투지도 않는다.그러나 사막을 벗어나면 비옥한 땅도 있고 척박한 땅도 있다.
구분과 구별을 위한 모든 수식어는 ‘차별’로 이어지곤 한다. 똑같은 사람을 남자, 여자에서 시작해서 돈 많은 사람, 돈 없는 사람, 높은 사람, 낮은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잘생긴 사람, 못생긴 사람, 하얀 사람, 까만 사람, 일본 사람, 중국 사람 등등으로 분류하고 차별한다.
알마시와 캐서린의 첫 인사 장면에서 알마시가 ‘느린 차든 빠른 차든, 까만 차든, 빨간 차든 모두 그냥 차일 뿐’이라고 하자, 옆에 있던 제프리가 생각 없이 끼어든다. ‘그럼 고장난 차는?’ 알마시도 그 질문에 즉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알마시는 ‘고장난 차’ 같은 인간까지도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고 선언하지 못한다. 느린 차든 빠른 차든 다 똑같은 차이듯, 인간도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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