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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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묵묵히 삶의 진상을 기록한 샤오훙을 읽는 내내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내 고통, 내 아픔, 내 슬픔이 얼마나 유구하며 얼마나 당연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의 끝에서 슬픔을 사는 것은 삶의 조건이며 의무임을 투정 없이 받아들였으니,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 있으랴.
내 안의 고통에 붙들려 위로를 구하는 인생을 체호프와 샤오훙은 위로하지 않는다. 더 불행한 인생으로 위안을 삼으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모두가 이 불행의 늪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러니 사랑하라고, 더 늦기 전에 서로의 아픔을 들여다보라고 속삭일 뿐이다. 큰 기대나 희망은 없이, 그러나 아주 절망하지는 않고 속삭인다. 속삭임이 무슨 힘이 있냐고? 100년 전의 속삭임을 여전히 듣는 귀가 있음을 떠올려보라. 때론 속삭임이 웅변보다 오래 귓전을 흔드는 법이다. 가녀린 눈발이 봄을 멈춰 세우고 우리의 발목을 붙들듯이. 그리고 멈춤 뒤에 늘 새롭게 봄이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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