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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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나를 성장시킨 근원은 어린 시절의 결핍이라 믿었다. 그 시기가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30대가 되며 그것을 알게 되었다. 갑각류가 수십 번의 탈피를 거치며 몸집을 키우고 단단해지듯 그 과정이 불필요한 것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겠다. 다만 인간과 갑각류, 파충류의 탈각, 탈피의 차이는 인간은 그 과정을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나올 수 없다는 데 있다. 결국 본인이 해내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혼자서는 결핍은 결핍으로 시련은 그저 시련으로 남을 뿐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곁에 있는 성숙하고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그 만남이 우연이었든 필연이었든 간에 말이다.
시련은 너무 거대하고 확실한 사건이고, 다정함이란 물처럼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것이라 그것이 씻겨 나가고 있음은 눈치채기 쉽지 않다. 그러다 나는 이번 생일에 처음으로 이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태어나서 삶이 이토록 불안정한 것은 유의미한 어떤 목표를 향해가기 위한 바다 위에 떠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했었는데, 처음으로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함께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채워왔던 모든 자양분을 만들어 낸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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