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가진 힘

2022.08.23 | 조회 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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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 세상에 ‘가비지 타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Yuta 씨, 오늘 가비지 타임에 나오셔서 리바운드를 많이 잡으셨더라고요!” NBA에선 이 '가비지 타임'이라는 말을 경기 막판에 점수차가 워낙 많이 벌어져서, 경기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 그런 상황을 지칭할 때 쓰지요. 여기 NBA에선 다들 익숙하게 쓰는 어휘인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그 말을 입에 올려본 적이 없습니다. ’지상 최고의 농구 리그’인 이 곳에서 뛸 수 있는 ‘행운아’는 전 세계를 통틀어 단 450명 뿐입니다. 언젠가 전 세계의 농구 선수가 4억 5천만 명 정도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충 계산해보아도 NBA에서 뛰는 농구 선수가 되려면 말 그대로 ‘100만 분의 1’의 경쟁률을 뚫어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저 역시 그 ‘행운아’가 되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셀 수 없을만큼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 모든 여정을 지나, 마침내 NBA에 들어온 거지요.

제가 NBA 코트 위에 있는 단 1분, 1초도 ‘가비지 타임’이라 부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코트 위에서 몇 분, 아니, 몇 초를 뛰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저는 다음 경기에도 출전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는 선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적은 시간을 뛰더라도, 코트 위에 있는 모든 순간들이 제게는 기회입니다. 제가 이 곳에 있다는 흔적을 남길 기회지요.

저는 ‘언어가 가진 힘’을 믿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든, 부정적인 방향으로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의 정신을 규정지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규정되어버린 정신은 우리의 앞날을 지배해버리지요.

제 사전에 “Garbage Time”은 없습니다. 1분이라도, 단 1초라도.. 제게 의미없는 시간은 없습니다. 얼마가 됐든, 코트에 올라가면 저는 제가 가진 능력을 전부 사용해서 플레이합니다. 그것 뿐입니다.

원문

 

# 그게 어때서요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때, 건강보험을 보장받기 위해 1년 남짓한 시간 맥도날드에서 물류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냉동감자 박스를 나르던 것도, 그리즈트랩의 음식물 쓰레기를 걷어내던 것도, 한겨울에 냉동창고에 들어가야 했던 것도 아니다. 나를 아는 누군가와 매장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대학생이 올 수도 있고 시간강사 동료들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을 납득시킬 만한 자신이 없었다.

“그게 어때서요. 괜찮잖아요. 애들도 멋있다고 할 거예요.”

그때를 떠올리면 종종 울고 싶은 마음이 된다. 그가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강의실에서 행복해 보인 나의 모습이 내가 하는 다른 일로 인해 폄하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멋진 일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어떠한 처지에서 살아가게 되든, 타인에게 “그게 어때서요”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때 그의 곁에 “멋있어요”라고 말해줄 사람들이 나보다 조금 더 많으면 좋겠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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