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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알고 확인하는 것을 넘어 알게 된 것에 책임감을 갖고 그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를 믿고 변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소설이란 “단 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를 설명하고 그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소설가를 꿈꾼다면 일단 써야 한다. 재능은 두 번째 문제다. “소설을 쓰면 소설가가 된다. 더 나은 소설을 쓰면 더 나은 소설가가 되는 것뿐이다.” “많은 사람이 믿고 예상하는 것처럼 재능은 소설가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건도 아닐뿐더러 막상 소설을 써 보면 크게 도움도 안 된다. 물론 소설가에게 필요한 재능이 있긴 하다. … 계속 쓰려는 마음과 그 마음을 지켜내는 능력과 그 능력에 의지해 소설 쓰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여러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계속 소설을 써 나가는 행동력, 그것이 바로 재능이다. 용기를 내는 작가가 되자. 용감하게 쓰자.” “소설을 쓸 때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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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테가 그린 레다는 대단히 비틀리고 자기중심적인 어머니고 어린 엘레나는 아름다운 엄마를 망가뜨리는 섬뜩한 꼬마 악마다. 뜻밖의 폭력이 강타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겨우 연락이 닿은 딸들이 왜 전화를 하지 않았냐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농담 섞인 안부를 건넬 때 레다는 복받치는 감정을 느끼며 대답한다. “엄마는 죽었지만 잘 지낸단다.” 이 오싹한 대답은 세상의 어머니들은 스스로 엄마 됨을 죽여야만 겨우 잘 지낼 수 있지 않겠냐는 서늘한 반문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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