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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언더스터디(주인공이 사고 날 때를 대비한 대역)로 시작했다가, 부상당한 주인공 대신 무대에 올랐던 배우 주원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담담히 말했었다.
“언더스터디는 실질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힘들어요. 그럼에도 매일 연습했어요. 공연이 없는 날에도 일찍 가서 걸레질하고 대본을 봤죠. 형들이 농담으로 ‘그만 좀 와. 너 공연도 안 하는데 왜 자꾸 와~’ 할 정도로요. 주인공 형의 100회 공연 중 92번을 봤어요. 2층 맨 꼭대기에 앉아서 매일매일 배우일지를 쓰면서 말이죠. 그러다 리허설을 대신할 기회가 생겼는데,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무리 없이 해냈어요. 그걸 본 제작자가 나를 무대에 세워도 좋겠다고 판단하셨는지, 이후 150회 공연 무대에 설 수 있었죠.”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을 때를 언급하며 조성진은 이렇게 말했다. “콩쿠르 우승한 다음부터가 진짜 시작이거든요. 생각했죠. 나는 이제 막 태어난 사람이구나. 이 음악계에서 완전히 신생아구나.” 최고의 순간, 가장 낮은 자세에서 생각하기. 성장하기 위해 매일매일 피아노 앞에 앉았을 그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머리에 그려졌다.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훈훈해서 ‘순정만화의 실사화’라는 이야길 듣는 오타니를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건, 그가 자기 계발법으로 작성했다는 ‘만다라트 계획표’다. 가로·세로 3칸씩 구성된 정사각형 한가운데 최종목표를 적고 그 주위로 세부 목표를 채운 후 이를 위한 실행 계획을 64개 세부안으로 나눠 실천하는 것인데, 여러 항목 중 눈길을 끄는 건 ‘운(運)’이다. 배려, 예의, 심판을 대하는 태도 등이 채워진 이곳엔 하물며 ‘쓰레기 줍기’도 있다.실제로 쓰레기 줍는 모습이 여러 차례 중계방송에 잡히기도 한 오타니. 이에 대해 그가 한 말이 또 만화적이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을 줍는 겁니다.” 아마 그가 생각하는 운이란, ‘갑작스럽게 찾아드는’ 게 아니라 ‘성실하게 획득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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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평가에든 ‘절대’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 세상은 변한다. 사람도 변한다. 가치관도 변한다. 문화적인 잣대 역시 변한다. 그때는 틀렸던 게 지금은 맞는 게 되기도 한다. 비평도 마찬가지다. 비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고, 심지어 가변적이다. 즉, 기본적으로 멸균 상태의 음악 듣기란, 더 나아가 순수한 형태의 감각이라는 건 없다. 아티스트의 이름값에 취할 수도 있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나 당시 기분도 무의식적으로 반영되곤 한다. 요컨대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지극히 주관적인 행위인 셈이다. 찾아보면 1969년, 1970년 당시 레드 제플린에게 격찬을 보냈던 비평가도 당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핵심은 이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하나의 절대적인 객관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주관들의 공존이다. 그것이 대중문화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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