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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근사한 답이 가득한 상황에서는 굳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어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살면서 쌓아왔던 믿음에 균열이 생길 때, 사람들은 드디어 다르게 보기를 감행한다. 다르게 생각하기를 실천한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커피를 한 잔 마시러 외출을 하는 것도, 기지개를 켜며 창밖을 내다보는 것도, 걸음 수를 채우기 위해 걷는 대신, 낯선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 걷는다고 마음먹으면 산책은 작은 모험이 된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이 눈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산책을 대하는 자세만 바뀌었을 뿐인데 ‘이미 있었던 것’이 ‘지금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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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기증실에 가면 특이한 이력의 문화재가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만들고 그리스 땅에 묻혀 있다 1936년 독일로 건너간 뒤 1986년 한국 땅으로 넘어온 유물. ‘그리스 고대 청동투구’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6년, 당시에는 마라톤 우승자에게 그리스 유물을 부상으로 주는 관행이 있었다. 마라톤이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선 그리스의 브라디니 신문사가 고대 그리스 청동투구(기원전 6세기)를 부상으로 내놓았다.
“아마추어 선수에겐 메달 이외에 어떠한 부상도 줄 수 없다.”
1975년 손기정은 우연히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손기정은 진품을 반환받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1986년 투구는 손기정의 품에 안겼다. 손기정이 우승한 지 50년 만이었다. 이듬해 문화재청은 이 청동투구를 보물로 지정했고, 1994년 손기정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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