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영화)에서 '챔피언십 바이닐'이라는 이름의 레코드점(음반)을 운영하는 로브는 말한다. 정말 중요한 건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느냐다.
잘은 몰라도 이런 게 아닐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는 여전히 나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때때로 그게 너무 답답하고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아무리 답이 없는 것 같은 순간이라도 어떤 종류의 답은 있게 마련이라고, 비록 그게 내가 바라거나 원했던 답은 아닐지라도.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만 같은 시간과 경험이라도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생각. 말하자면 모든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한꺼번에 다 하겠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게 겁나는 일이다. 소설이 그렇듯. 시험이 그렇듯. 하지만 한 시간씩, 매일 하루씩 해 나가다 보면, 삶도 가능해진다.—실비아 플라스
나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떠올리고, 요나스 메카스의 〈행복한 삶의 기록에서 삭제된 부분〉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영화의 중간에 메카스가 손으로 쓴 문장을 보여 주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다. "이제 문제는 준비된, 열린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고 매일의 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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