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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지적 행위라기보다는 습관이다. 다이어리에는 일정과 계획은 기본이고, 자신의 꿈과 그것을 향해 나가는 과정의 느낌·감정 같은 걸 담아야 한다. 언제든지 들춰보고, 반추하고, 씩 웃어도 보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볼에 비비고 싶은 다이어리로 만들어야 한다.
월간 다이어리 사용법. 맨 앞에는 꿈을 적어 놓는다. 이루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언어로 구체화한 ‘자기선언’,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매우 디테일하게 써 놓는 ‘버킷리스트’ 등이 있다. ‘일주일’은 꿈을 이루기 위해 전략적으로 시간을 배치하는 단위다. 일주일 계획에는 ‘해야만 하는 일’ ‘중요한 일’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꼭 들어가야 한다. ‘하루’는 실행력의 시간이다. 하루 계획은 시간대별로 과제를 나열하는 식이 아니다. 시간별로 과제를 정하는 건 진심을 담지 않은 게으른 상상에 불과하다. 하루를 오전, 오후, 저녁 이후로 나눠 한두 가지 정도씩 중요한 일을 정하고 여유를 남겨 놓는 게 좋다.
사람들은 대부분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메모해야지’ 한다. 그런데 기록이라는 건 적어놓고 나중에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핵심 내용을 기억하기 위한 작업이다.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기록해 놔야지’ 하면 ‘기억하지 않아야지’ 하는 무의식이 작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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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중증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다가 중단이 되어 증상이 악화된 환자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세상을 떠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 어쩌면 ‘역시 정신과 환자들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심화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의 와중에도 환자인 가해자에 대한 비난 자제를 부탁했다. 무엇보다 먼저 안전한 의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가 고인의 유지라고 이야기했던 유족들의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여전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의 벽은 높다. 그 벽에 부딪혀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숨을 턱턱 막히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과 애씀 덕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잘 만든 드라마를 보며 용기를 얻기도 한다. 12월 31일은 다섯 번째 맞는 임세원 교수의 기일이다. 언젠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올 것이라고, 다짐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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