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자유롭게 해준 건 돈이 아닌 책이었다
김원일 소전문화재단 이사장은 26세에 스크린 골프를 창업했고 골프존은 2011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최대주주였던 그의 보유주식 가치는 4000억이었다. 그는 현재 예술인 지원과 창작자 후원에 몰두하고 있으며, 인문학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문학과 인문학 가치를 보급하는 소전서림을 운영한다.
상장할 때 사업을 계속하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열심히 돈 벌려 했다. 빠르게 달려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너무 불행하다고 느꼈고,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책을 열었다. 7년간 책만 읽었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이 책 때문에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길을 찾으려 책을 열었다.
시작한 마음 자체가 선했다면 운영하는 과정도 선해야 하며, 결과도 선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크고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제시하지 말고 작더라도 선한 결과를 이루자는 것이 원칙이다.
소전서림의 사이즈를 키울 생각은 없다. 그건 국가나 대학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소전의 미션은 '시대를 넘어, 책을 읽히게 하는 것'이다. 유료 운영하는 것도 소전이란 이름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정말 쿨하고 멋진 일이다라는 인식을 알리고 싶다.
인간은 모두 자기 사후의 영속을 바라면서 해야 할 일을 안 한 채 다른 일에 힘쓰다가 결국 폐해를 발생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소전이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영속을 꿈꾸느라 지금 해볼 수 있는 힘과 노력을 무소용한 곳에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 스포츠와 스타트업의 공통점
- 요행은 없다. 야구는 1년에 144번 경기를 치른다. 결국은 그 팀의 실력에 수렴하는 결과가 나온다. 스타트업도 가끔 사업지표가 치솟을 때가 있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 스타트업에서는 승리이기에,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회고하고 다시 가설을 세우는 반복의 연속이다.
- 승리의 경험이 반복되어야 한다. 승리는 짜릿하기에 왜 승리했는지 원인을 파고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자발적 학습 패턴이 팀에 만들어진다. 거대한 성공은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더라도 성공의 짜릿함을 맛본 팀은 계속 맛보고 싶어 한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 결국은 멘털이다. 한국시리즈만 되면 날아다니는 선수는 “간절함이 선을 넘어 긴장감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비결이라 했다. 스타트업도 혼돈과 중압감 속에서 리더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팀은 최선의 실행을 하며, 결과는 담담히 받아들여야한다.
#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놀기
창업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같은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창업한 후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얻는 게 있다. 일이 잘되면 좋은 것이고.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 같은 사람 보면 행복해 보인다. 산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인처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스스로 개척해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면서 즐기는 것 중 하나는 분명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있지만, 결국 나는 ‘놀듯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 하루 하루가 흥분되는 날들이고, 이기고(winning) 지는(losing) 것을 매 순간 경험할 때마다, 그리고 내가 내리는 작은 의사 결정들이 모여 ‘회사’라는, 일종의 나의 분신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이건 일이 아니라 노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지는 것은 쓰라린 일이지만, 그 뒤에 아주 작은 승리라도 따라오기만 한다면 버틸 수 있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승리들은 너무나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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