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잊어버리는 건 사랑이다

2024.08.20 | 조회 4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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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노라 에프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작가로 유명한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입니다. 어찌 보면 상투적인 제목에 대한 그녀의 답은 무엇일까요. 글의 구성과 전개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떻게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을 담아낼 수 있는지, 그녀처럼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어떤 점에서는 내 삶이 나 때문에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억을 못 한다면 누가 기억을 해줄 것인가? 과거는 신기루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현재는 감당하기 어렵게 늘 내 앞에 서 있다. 그것을 따라잡기가 버겁다.

 

자료 담당은 정말 무시무시하도록 지루한 일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나는 그 일을 무척 잘해냈다.

 

나는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사랑해왔다. 나는 편집실을 사랑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그 집단을 사랑했다. 담배를 피우고 스카치를 마시고 포커 치는 걸 사랑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직업에 종사했다. 나는 그 스피드를 사랑했고, 마감을 사랑했고, 사람들이 신문지로 생선을 포장하는 것을 사랑했다.

 

알코올 중독자 부모는 정말 혼란스러운 존재다. 그들은 틀림없이 나의 부모님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정뱅이다.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을 증오한다.

 

실패작들은 히트작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방식으로 나에게 들러붙는다. 실패작들은 나를 고문한다. 무수한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와 무수한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비난할 만한 대상을 찾아 헤매게 된다. (…) 실패하고 나면 이렇게 된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 얘기를 꺼낼 수가 없다.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실패작에 대한 가장 슬픈 사실 중 하나는, 영화 자체가 나중에 제대로 재평가되거나 부분적인 명예 회복을 하더라도, 영화를 만든 나 자신은 처음의 경험 때문에 멍들고 깨진 채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 그들은 묻곤 한다. "몰랐단 말이야?",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가 있어?" 내 경험상, 진짜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생도 계속된다. 실패작은 거기 남아 있다. 지난 삶의 역사 속에, 난폭하고 강력한 힘을 빨아들이는 자기장을 거느린 블랙홀처럼. (…) 내가 보기에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른 실패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이 약이며 고통을 잊게 될 거라고 말한다. (…)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그 고통을 기억한다. 진짜 잊어버리는 건 사랑이다.

 

누구도 자신이 늙었다는 걸 진심으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정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표현은, 나이가 더 많다거나 많아 보인다는 것 정도다.

언젠가 당신의 운도 다할 것이다. 모두가 죽는다.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 내 앞에 좋은 시절이 단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깨달음은 어떤 강력한 힘을 불러일으켰다. (…) 내가 매일매일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해보았다.

 

거기에는 벌새들이 있다. 벌새들이 삶에서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 좋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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