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잊어버리는 건 사랑이다

2024.08.20 | 조회 817 |
0
|
첨부 이미지

 

# 책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노라 에프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작가로 유명한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입니다. 어찌 보면 상투적인 제목에 대한 그녀의 답은 무엇일까요. 글의 구성과 전개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떻게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을 담아낼 수 있는지, 그녀처럼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어떤 점에서는 내 삶이 나 때문에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억을 못 한다면 누가 기억을 해줄 것인가? 과거는 신기루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현재는 감당하기 어렵게 늘 내 앞에 서 있다. 그것을 따라잡기가 버겁다.

 

자료 담당은 정말 무시무시하도록 지루한 일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나는 그 일을 무척 잘해냈다.

 

나는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사랑해왔다. 나는 편집실을 사랑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그 집단을 사랑했다. 담배를 피우고 스카치를 마시고 포커 치는 걸 사랑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직업에 종사했다. 나는 그 스피드를 사랑했고, 마감을 사랑했고, 사람들이 신문지로 생선을 포장하는 것을 사랑했다.

 

알코올 중독자 부모는 정말 혼란스러운 존재다. 그들은 틀림없이 나의 부모님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정뱅이다.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을 증오한다.

 

실패작들은 히트작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 방식으로 나에게 들러붙는다. 실패작들은 나를 고문한다. 무수한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와 무수한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비난할 만한 대상을 찾아 헤매게 된다. (…) 실패하고 나면 이렇게 된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 얘기를 꺼낼 수가 없다.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실패작에 대한 가장 슬픈 사실 중 하나는, 영화 자체가 나중에 제대로 재평가되거나 부분적인 명예 회복을 하더라도, 영화를 만든 나 자신은 처음의 경험 때문에 멍들고 깨진 채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 그들은 묻곤 한다. "몰랐단 말이야?",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가 있어?" 내 경험상, 진짜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생도 계속된다. 실패작은 거기 남아 있다. 지난 삶의 역사 속에, 난폭하고 강력한 힘을 빨아들이는 자기장을 거느린 블랙홀처럼. (…) 내가 보기에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른 실패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이 약이며 고통을 잊게 될 거라고 말한다. (…)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그 고통을 기억한다. 진짜 잊어버리는 건 사랑이다.

 

누구도 자신이 늙었다는 걸 진심으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정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표현은, 나이가 더 많다거나 많아 보인다는 것 정도다.

언젠가 당신의 운도 다할 것이다. 모두가 죽는다.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 내 앞에 좋은 시절이 단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깨달음은 어떤 강력한 힘을 불러일으켰다. (…) 내가 매일매일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해보았다.

 

거기에는 벌새들이 있다. 벌새들이 삶에서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 좋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remem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불편한 걸 들여다보는 순간 내 세계가 넓어진다

# 같이 일하는 사이에서도 상대가 어떤 고통이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어떤 인물이 겪은 고통 때문에 마음이 한없이 뭉클해지

2024.05.09·조회 805

인생은 때로 책으로 인해 향방이 결정된다

# 행동이 그 형식을 찾아내고 최후의 말들이 발음되고, 존재들이 존재들에 어울리고, 삶이 송두리째 운명의 모습을 띠는 그 세계가 바로 소설이 아니겠는가? 소설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2024.07.19·조회 659

책을 읽으면

# 서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24.04.29·조회 733

세계는 당신 것인지 몰라도 삶만큼은 내 것이다

# 나한텐 이게 전부니까요. 이 한 번의 삶이요. —김성규(김창호 역), 드라마 〈파친코〉 시즌2 에피소드4

2024.09.24·조회 754

한 사람의 책장은 그 사람의 인생을 알려준다

# 『나쁜 책』 김유태 "읽지 않아도 될 때 읽는 것들이야말로 우리를 만든다. —오스카 와일드" 우리가 문학을 읽는 것은 그것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 불편함이 나를 성장시켜주기

2024.08.02·조회 878

글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전달하며, 항상 배우고 나아지고자 하는 자

# 소설가 천쓰홍 눈물과 슬픔의 힘을 믿는다. 울고 싶으면 크게 울어도 된다. "소설이란 충돌하는 예술입니다. 제게 힘이 있다면 소설을 통해서 부딪혀야죠. 무엇을 쓰든 그 안에 진

2024.09.13·조회 672
© 2026 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뉴스레터 문의remem@remem.so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