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이다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강박으로 무장되면,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잃는 자의식 과잉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운동에 미치면, 운동을 어떤 경우에도 전도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요즘 심란해서 운동을 못한다”면서 신세를 한탄하는 이를 향해 운동을 안 해 심란한 거다, 투덜거릴 시간에 걷기라도 하라면서 타인‘만’의 복잡한 상황을 나약한 핑계로 찌그러트려 버린다.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는 다짐을 지나치게 성스럽게 포장하는 사람은 식사 자리에서도 이런 거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추임새를 뱉어내기 바쁜데, 그때 발생하는 적막감을 본인만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누가 장염에 걸렸다고 하면 걱정은커녕 무엇을 먹었는지를 캐묻기 바쁘다. 그게 햄버거나 삼각 김밥이라면 정말 그런지와 상관없이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데, 또 떳떳하다.
지나친 확신은 소통을 불가능하게 한다. 모든 것을 좋게만 생각하자는 과잉 긍정성에 빠진 이가, 사회 비판을 하는 작가에게 부드럽고 친절한 글을 쓰라면서 다그치면 이야기가 이어질 수 없다. 자기 연민이 지나치면 스스로에게 해롭다는 걸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 자신을 너무 사랑하다 보면, 타인의 한숨만 듣고도 청승 떨지 말라면서 비수를 꽂는다.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라면서, 자신이 혐오를 일삼는다.
# 씨네21 기자들의 리스트
- <나, 프랜 리보위츠> : 안전한 여행으로서 수면을 애호한다고 밝힌 그는 도피하고픈 일상 세계를 ‘꼴사나움’이란 한 가지 형용으로 속시원하게 통폐합한다. 치열하고 장쾌한 냉소로 굳은 명치를 살살 주무르는 프랜에게 감사를!
- 이영지 : 인터뷰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이영지는 존경스러운 인터뷰어다. 어디에서도 들려주지 않았던 속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신묘한 대화 기술! 공부하는 마음으로 영지의 방송을 본다.
- 조던 엘런버그 <틀리지 않는 법: 수학적 사고의 힘> : 수학적 사고력이 무뎌졌다고 느낄 때면 다시 찾아 읽는다.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 수학이 필요한 이유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입문서. 무엇보다 끝내주게 재밌다.
- 안상순 <우리말 어감사전> : 같은 문단에 같은 단어를 쓰면 자존심이 상한다. 유의어 사전을 뒤져 표현을 대체해도 뭔가 허전하다. 왜 나는 적확하고 다양하게 쓰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에 허우적댈 때 이 책을 발견했다. 그래, 문제는 내가 어감을 모른다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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