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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애드리브’라고 알고 있는 ‘Ad libitum’은 ‘마음대로 연주하세요’란 뜻으로 연주자의 자유에 일정 부분을 맡기는 지시문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이렇듯 작곡가가 표현하려는 다양한 의지를 담은 음악 부호와 기호, 지시문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연주를 하다 보면 악보에서 흔히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콤마 모양으로 된 숨표와 반 박자를 쉬는 8분 쉼표, 한 박자를 쉬는 4분 쉼표, 네 박자를 쉬는 온쉼표 등 소리를 내 연주하는 부분이 아닌 부호들이다. 음악은 소리가 나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 많은 쉬는 부분이 있다. 숨표는 말 그대로 숨을 쉬는 부분을 표시한 것이고, 쉼표는 소리로 연주하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약속 시간에 겨우 당도했을 때 헐떡거리는 숨과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깊이 쉬는 숨은 한 곡의 삶을 사는 우리 인생 속에 완전히 다른 호흡이다. 나는 일하고, 만나고, 사는 쳇바퀴 같은 삶 속에 어떤 숨을 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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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사찰 승가대학(구 전통강원)에서 공부하는 학인 스님들의 수가 100명을 넘을 정도였다. 당시는 사찰의 수용 가능 공간에 비해 인원이 많아서 심지어 대방에서 취침할 때는 옆으로 돌아누워 자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 학년을 통틀어 30명을 겨우 넘기는 정도이다.
해인사는 올해로 산문을 연 지 1220주년을 맞이한다. 달리 말하자면, 신라 802년(애장왕 3년), 이 땅 한반도의 가야산 자락에 순응과 이정 두 스님의 원력에 의해 해인사가 창건된 지 1220년이 되는 해이다. 수백년이 아니라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장소와 공간에서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1200여년 동안 대를 이어 수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치 꺼뜨려서는 안 되는 등불을 전하듯 소중하게 그 유무형의 가치를 세대와 세대에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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