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나눈 건 모세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 있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2026.10.06 | 조회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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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담 대기 고객이 많아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상담을 위해 전화하니 통화중 대기 기능이 생겼더군요. 연결이 되면 다시 전화벨을 울려줘서, 반복되는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전화로는 안 되고 인터넷에 가셔서 해야 합니다." 기다림은 15분, 통화는 1~2분. 중요한 문제를 두고 긴 기다림 끝에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허무함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르죠. 아무리 통화중 대기 기능으로 반복되는 노래를 듣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도요.

 


모세의 리더십?

출애굽기 18장에서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재판하는 모세를 보고 조언합니다. 혼자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요. 이드로의 조언으로 모세는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세웁니다. 작은 일은 그들이 맡고, 큰 일은 모세가 맡죠. 이 이야기를 흔히 맡은 책임을 나누는 리더십 이야기로 읽습니다. 지도자가 지치지 않기 위해 권한을 위임하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본문을 천천히 읽어 보면, 이 장면에서 지친 사람은 모세만이 아닙니다. 

"그 이튿날, 모세는 백성의 송사를 다루려고 자리에 앉고, 백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세 곁에 서 있었다.”  — 출애굽기 18장 13절, 새번역

모세는 앉아 있고, 백성은 서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드로가 문제 삼은 것도 이 장면입니다. "어찌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백성을 모두 자네 곁에 세워 두고, 자네 혼자만 앉아서 일을 처리하는가?"(14절)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와 함께 있는 이 백성도 아주 지치고 말 걸세."(18절) 모세가 지친 것만 보기 쉽지만, 이드로는 줄 서 있는 백성도 함께 봅니다.

 

 

백성의 소리

왜 이 문제가 출애굽기 한가운데 있을까요? 그것도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는 중요한 장면 전에요. 이 사건이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는 19장 이후 사건 전에 있었던 일이어서? 신명기를 보면 이 사건은 시내산을 떠날 때 일어납니다.

신 1:6 「우리가 호렙 산에 있을 때에 … 너희는 이 산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으니」.

 

이 이야기를 시내산 언약 앞에 배치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기 위해 우리는 출애굽기의 주제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백성의 소리를 들으시는 하나님.

 

이집트에서 매를 맞던 이스라엘의 작업반장들은 바로에게 가서 호소합니다. 돌아온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게을러 터진 놈들아"(5장 17절). 하소연이 올라가도 듣는 사람이 없는 나라, 그곳이 이집트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탄식을 다른 분이 들으셨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탄식하는 소리를 들으시고"(2장 24절).

 

모세가 처음 동족의 다툼에 끼어들었을 때 들은 말도 있습니다. "누가 당신을 우리의 지도자와 재판관으로 세웠단 말이오?"(2장 14절)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의 하소연을 들어 줄 사람, 중재해 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때 거절당했던 모세가 18장에서 이제는 재판석에 앉습니다. 재판관은 생겼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을 중재하고 소리를 들어주는 일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모세 혼자 앉아 있으니, 이집트를 나온 백성이 다시 한 사람 앞에 하루 종일 줄을 섭니다. 여전히 백성들의 하소연이 막히는 구조가 광야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불편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백성의 소리를 듣는 근본적 문제입니다.

 

이드로가 내놓은 해법은 지도자에서 멈추지 않고 백성에게까지 향합니다. "백성도 모두 흐뭇하게 자기 집으로 돌아갈 걸세."(23절) 일을 나누는 목적은 지도자의 휴식만이 아니었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제때, 가까이에서 들어 줄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 세울 사람의 조건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참되어서 거짓이 없고,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21절). 듣는 자리를 늘리는 일은 믿을 수 있는 귀를 늘리는 일이었습니다.

 

 

성막 건설 - 백성의 소리 한 가운데로

이 '듣는 일'은 18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왜 이끌어 내셨다고 말씀하실까요?

"바로 내가, 그들 가운데 머물려고,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그들의 주 하나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 출애굽기 29장 46절, 새번역

출애굽기는 성막 건설로 끝납니다. 백성의 소리를 듣던 분이 이스라엘 한가운데로 가십니다.

대제사장 아론은 성소에 들어갈 때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이 새겨진 '판결 가슴받이'를 가슴에 달고 들어갑니다. 하나님은 백성의 시비를 가릴 때 언제나 그것을 가슴에 지니라고 명령하십니다(28장 29–30절). 모세가 하나님께 가지고 가던 백성의 일을 하나님께서도 품으십니다. 탄식을 들으신 하나님은 멀리서 듣는 데서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백성 가운데로 오셔서 머무셨습니다.

 


하나님이 머무시는 공동체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요. 억울한 사람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 있지 않아도 되는 곳, 하소연이 한 사람의 책상 앞에서 막히지 않는 곳입니다.

 

18장은 그런 공동체가 처음 모양을 갖추는 장면입니다. 그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백성들이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거룩함의 경계 속에 있던 하나님께서 백성들 가까이에 오십니다.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몸으로 오셨고, 성령께서 찾아오시는 여정까지. 하나님께서는 백성의 소리를 듣기 위해 자신의 발걸음을 계속해 나갑니다.

 

고객센터 기다림을 덜어주기 위해 콜백까지 해 주는 시대입니다. 교회의 고객센터는 별점이 몇 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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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드림

상식과 신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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